[뉴스핌=김규희 기자] 청년층의 부채가 사회적 문제로 변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쓰고 보자는 소비 문화에 취업난과 적은 월급 등 이율배반적으로 뒤섞인 결과로 보인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21일 공동으로 발표한 ‘2017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가구당 평균 부채는 7022만원으로, 지난해(6719만원)보다 303만원(4.5%) 늘어났다. 다만 부채를 지닌 가구 비율은 63.2%로 지난해보다 1.4%p 하락했다.
전체 부채의 71.2%에 달하는 금융부채는 4998만원으로 1년 전보다 0.9%p 상승한 반면, 나머지 임대보증금은 2024만원으로 0.9%p 하락했다. 금융부채 중에서는 담보대출(4056만원)이 5.0% 증가했고, 신용대출(776만원)은 10.6% 늘었다.
청년층 부채는 압도적으로 늘었다. 30세 미만 가구주의 부채는 평균 2385만원으로 지난해(1681만원)보다 41.9% 늘어 전연령대에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3년간의 수험생활 끝에 어렵게 공무원이 된 김모(31)씨 월급 통장은 친구들 사이에서 ‘텅장(텅빈 통장)’으로 유명하다. 김 씨는 첫 월급을 시작으로 핸드백과 옷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인터넷 은행을 통해 대출까지 받으며 소비하는 그를 만류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김씨는 “난 현재를 즐기고 있을 뿐”이라면서도 불안감은 늘 많다.
올해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탕진잼‘(탕진하는 재미), ’시발비용‘(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지출하는 비용) 등 젊은 세대의 소비문화를 반영하는 신조어들이 넘쳐났다. 절약하고, 저축해도 더 나은 삶을 꿈꿀 수 없을 것 같다는 두려움 탓에 차라리 지금이라도 행복하자는 유행이 투영된 결과로 보인다.
[게티이미지뱅크] |
젊은 세대에서 대부업체와 저축은행 대출이 늘어난 이유는 이 같은 소비 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청년 세대가 예전보다 ‘자존감’이 낮아졌기 때문에 과소비 성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물건을 구매해서 집단에 소속됐다는 기분이 들면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며 “소비를 통해 자기 만족감, 자존감, 자기 가치감 등과 같은 감정을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월급이 적기 때문에 텅장이 반복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를 해놓고, 월급이 적다고 투덜대는 이율배반적인 사고라는 지적이 크다.
사람인에 따르면 직장인 603명을 대상으로 ‘월급고개’를 주제로 조사한 결과, 월급을 받은 후 모두 소진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17일로 집계되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일’(23.7%), ‘15일’(17.7%), ‘10일’(12.4%), ‘25일’(10.9%), ‘7일’(6.3%), ‘30일’(4.8%), ‘5일’(3%), ‘14일’(2.5%), ‘3 일’(2.2%), ‘21일’(2%) 등의 순으로 답했다.
성별로 살펴보면, 여성이 평균 15일로 남성(17일)보다 2일 가량 먼저 월급고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급여일 전에 월급을 다 써버린 이유로는 ‘월급이 적어서’(58.7%, 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다. 계속해서 ‘식비 등 생활비가 많이 들어서’(36.3%), ‘대출 등 빚이 많아서’(32.2%), ‘경조사 등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겨서’(30.2%), ‘계획 없이 지출해서’(24.9%), ‘주거비 지출이 많아서’(20.1%), ‘가족을 부양해야 해서’(18.6%)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