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현대건설, CEO 승진 수년째 무소식..올해도 부정적
그룹 내 위상·기여도 하락..해외시장 부진에 앞날도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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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이동훈 기자] 재계 그룹에 속한 건설사 CEO들이 '그룹내 2인자'인 부회장 승진에서 외면받고 있다.
실적 불안전성이 지속되는데다 검찰 수사, 사건·사고, 민원과 같은 각종 '스캔들'에 잇따라 휩싸이자 그룹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기여도가 떨어진다는 평가 때문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재계 그룹에 포함된 건설사 CEO들이 대부분 사장 직급에 머물러 있다. 수년간 승진 명단에서 빠진 것이다. 해외실적 부진이 남아 있는 올해 연말 인사에서도 부회장 승진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지금으로선 임기가 끝나는 CEO들은 승진보다 연임에 더 희망을 두는 분위기다.
사진 좌측부터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 하석주 롯데건설 부사장 |
시공능력 1위인 삼성물산은 장기간 부회장 승진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정연주 전 삼성물산 부회장을 끝으로 4년여간 그룹 사장단 승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 최치훈 사장은 지난 2014년부터 삼성물산 수장으로 제일모직과의 합병과 해외손실 정상화에 노력했다. 2000명이 넘는 직원을 정리하는 작업을 속도감있게 밀어붙였다. 1조원 규모의 손실을 본 호주 ‘로이힐’ 사업으로 흔들렸던 재무 상태를 정상화하는 데 일조했다.
최 사장은 그룹 사장단 인사 때마다 부회장 후보로 거론됐지만 실제 그 자리에 오르진 못했다. 기업 성장성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올해 영업이익률이 2%대로 상위 그룹 평균치와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하다. 이마저도 대대적인 직원 감원으로 인건비를 낮춘 영향이 크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2012년 3월 사장에 오른 후 6년 넘게 수장을 맡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2011년 현대차 그룹에 인수됐다. 그 당시 현대건설 인수단장으로 활약했던 김창희 현대엠코 전 부회장이 CEO로 부임했다. 현대건설 입장에선 마지막 부회장인 셈이다. 이후 정 사장도 부회장 승진 후보로 꼽혔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다. 현대차 계열사에선 현대제철과 현대카드, 현대파워텍이 부회장을 두고 있다.
최근엔 현대차그룹의 경영 상황이 악화해 정 사장의 승진은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현대차도 부회장 승진에 보수적이다. 최대 11명이던 현대차 그룹 내 부회장단은 현재 9명으로 줄었다. 매출과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어 이 숫자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한화건설 최광호 사장은 그룹의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으로 가닥이 잡혔다. 다만 부회장 자리는 잡지 못했다. 최 사장은 한화그룹이 운영하는 경영조정위원회 멤버다. 그룹 전반의 현안을 해결하고 계열사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창구다. 이번 연말 인사에서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과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경영조정위원회 4명 중 최 사장만 유일하게 사장 직급에 머물게 됐다.
2014년 승진한 롯데건설 하석주 부사장은 아직 사장 승진을 아직 못했다. 올해 주택사업 등에서 양호한 경영성적을 얻었지만 연말 승진 여부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최근 주택경기 호황에 건설사의 실적이 과거보다 개선됐다. 하지만 수시로 어닝쇼크가 발생해 기업 안전성은 여전히 빨간불이다. 인건비 부담과 원가율 상승에 다른 계열사보다 수익성이 열세다. 영업이익률이 3~4% 수준으로 제조업(평균 5%대)와 비교해 낮은 수준. 해외시장 위축에 내년 업황에 대한 전망도 불투명해 건설사 CEO의 승진은 당분간 보수적으로 진행될 공산이 크다.
재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건설 계열사들이 성장성에 한계에 부딪혀 그룹 내 위상과 기여도가 과거보다 낮아진 게 현실”이라며 “올해도 그룹 총수들이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사장뿐 아니라 임원 승진이 보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