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선별적 지급이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의견도
"현금지원보다 육아휴직 확대나 정시 퇴근 문화가 더 필요"
[뉴스핌=오채윤 기자] 정부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내년 9월부터 0~5세 아동 227만명을 대상으로 수당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했으나, 상위 10% 고소득층 가정은 해당되지 않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국회 여야 3당 원내대표는 4일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소득 10% 가정의 아동을 제외하는 안에 합의했다. 약 25만3000명이 제외된 셈이다. 지급시점은 당초 내년 7월에서 2개월 연기됐다.
제도가 시행되는 9월까지 지급 대상자가 결정되겠지만, 시행 전까지 이 같은 ‘선별적 지급’을 두고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통계청> |
아동수당은 아동양육에 대한 국가 책임성을 강화하고 가계의 양육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우리나라는 2013년 3월부터 양육수당을 지급하고, 10년 전부터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저출산 해결에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일단 부부가 모두 소득이 있는 맞벌이부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외벌이보다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소득은 많지만 다른 가구에 비해 보육 등 양육 지출이 크기 때문에 선별적 지급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집 보증금 대출로 살면서 맞벌이하는 사람들 많은데 소득이 아닌 재산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확한 소득·재산실태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유리 지갑인 월급쟁이는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부모 등 부모 외에 소득과 재산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만큼, 제도 설계가 복잡하게 됐다. 또 아동수당 선별 대상인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소득과 재산조사가 필요해 행정절차가 불가피하다. 이런 과정이 국민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선별적 지급이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참여연대는 성명서에서 “아동수당은 자녀가 있는 가구에 대한 현금급여 지원 정책이며 모든 아동의 생존권과 건강한 발달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선별적으로 지급할 경우 국가·사회가 아동 양육을 책임진다는 원칙을 훼손할 뿐 아니라 사회통합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금지원보다 육아휴직 확대나 정시 퇴근 문화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수당을 줘서 출산율을 높이기 보다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육아휴직 중인 김모(29)씨는 “둘째는 꿈도 못 꾼다. 지금도 아이 돌볼 시간이 부족한데”라며 “지금 10개월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를 두고 회사에 복직할 생각을 하니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육아휴직 보장 기간이 최소한 18개월로 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역시 현금 지급보다 일과 가정이 병행될 수 있도록 아이 돌봄 서비스 전문 인력 양성, 공공 어린이집 확충 등 보육 환경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