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기결정권·태아 생명권 문제는 보수·진보정당 이견
[뉴스핌=조현정 기자] 여야는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논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법 개정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특히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문제 부분에선 진보정당과 보수정당이 서로 무게 중심을 달리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회 일각에서 제기된 임신 중절 문제에 대해 적극 대응하지 못한 점을 일부 반성하며 향후 이 문제에 당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박완주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7일 논평을 통해 "당장 2010년 이후 실시되지 않은 임신 중절 실태 조사를 2018년 재개하기로 했음을 국민께 보고 드렸다. 해당 실태 조사를 통해 향후 관련 논의가 한 단계 더 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사진=뉴시스> |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도 최고위원회의에서 "OECD 국가 가운데 80%인 29개 나라에서 이미 임신 중절을 허용하고 있다. 이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치열한 고민 속에서 이뤄진 역사적 전진"이라며 "우리 사회도 여성에 일방적 책임을 지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정당인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여가부가 여성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합리적인 해법으로 접근하길 바란다"며 정부가 보다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기를 촉구했다.
반면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류여해 최고위원이 청와대의 국민 청원 제도를 문제삼으며 낙태죄 폐지 방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류 최고위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16일 국민청원으로 게시된 '군내 위안부 재창설' 청원이 삭제된 것과 국민청원 1호인 '소년법 개정'의 위헌성을 지적하며 "갈등을 조장하거나 편향적인 청원도 적지 않고 삼권분립의 취지에 반해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행 법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논의가 필요하지만 낙태죄 폐지에 대해 찬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여성 인권과 낙태 조장 우려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낙태죄 폐지 논란은 조국 민정수석이 지난 26일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도입이 필요하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다시 불거졌다.
조 수석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심판이 진행중인 '낙태죄 폐지' 문제에 대해 청와대 페이스북 등을 통한 공식 영상 답변을 통해 "내년에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실시해 현황과 사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의 입장 표명은 30일 이내 20만명 이상이 인터넷으로 동의하면 청와대가 직접 입장과 대책을 밝히는 '국민 청원' 제도에 따른 것이다. 조 수석이 재개하겠다고 밝힌 실태조사는 과거 5년 주기로 진행돼 오다 2010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2010년 조사 기준으로 한 해 낙태는 16만9000여 건으로 추산됐다.
[뉴스핌 Newspim] 조현정 기자 (jh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