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독립출판&다원 네트워크 이오-에디션이 오디오극 '프로메테우스'를 선보인다.
이오-에디션(io-edition)은 다양한 사람들의 낭독 목소리와 실험음악가 홍철기의 음악으로 오디오극 '프로메테우스'를 250장 소량 한정본 CD로 제작, 이 소리를 오는 19일부터 21일까지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의 암흑 속에서 플레이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일반적인 오디오북이나 라디오 드라마 같은 친절한 작업이 아니며, 강제적 형식으로서의 낭독이자 실험이다. 연극적 상연, 관객과 배우의 관계, 연출의 존재 등을 제거하고 단지 독자로서 책을 소리내어 읽음으로써 연극을 '발생'시켜보겠다는 시도다.
하이너 뮐러의 '프로메테우스'를 재료로 하며, 원작은 고대 그리스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의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설치미술과 무대미술, 연출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오-에디션 대표 라삐율이 번역했다.
여기에 다양한 이들이 낭독에 참여했다. 운명철학가이자 점자 교사인 시각장애인이 손끝으로 점자를 더듬어 프로메테우스 대사를 낭독했다. 다양한 예술분야의 뜻있는 여성들이 목소리를 모아 코러스를 낭독하고, 공공장소에서 마주친 익명의 여성과 소녀들이 이오의 대사를 읽어주었다. 한국인 소설가와 독일인 저널리스트가 헤르메스 장면을 모국어로 낭독했고, 오케아노스는 판소리 명창이, 크라토스와 비아, 헤파이토스는 전문 배우들이 낭독했다.
정치철학가이자 실험음악가 홍철기가 실험적 사운드를 더했다. 소리작업은 CD로 제작되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소리로만 상연된다. 관객은 80여분 동안 오로지 듣기를 통해 무엇이 보이는지, 어떤 감각이 새롭게 작동되는지 몸으로 직접 실험한다. 그리고 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음이야말로 이 공연을 하나의 (단순한 Audio Play가 아닌) Audiovisual Play로 만드는 역설적 요인이기도 하다.
이오-에디션 대표 라삐율은 "우리의 작업은 이러한 강제와 제한을 통해 보다 많은 잠재성들을 찾아나서는 일이다. 그럼으로써 우리는 '결박된' 프로메테우스를 통해 해방의 형태와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도 '해방된' 프로메테우스를 바견할 지 모른다. 소실된 아이스킬로스의 '해방된 프로메테우스'를 마음껏 유추해보는 것은 우리의 길이 아니다. 손전등도 없이 암흑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하이너 뮐러의 말이 오히려 우리에게 길을 안내한다. 예술현장에서 필요한 건 어쩜 이런 생산적 강제일 것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오디오극 '프로메테우스'는 한 회당 최대 52명까지만 관람 가능하며, 공연 중간에 입퇴장은 불가능하다. 시각장애인은 무료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이오-에디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