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그의 어떤 모습을 기억해도 좋다. 드라마 ‘그래, 그런 거야’(2016)의 철부지 막내아들이라도 좋고, ‘블러드’(2016) 속 모든 게 완벽한 천재라도 괜찮다. ‘응답하라 1988’(2015) ‘도깨비’(2016)의 첫사랑 이미지도 상관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최근 종영한 ‘당신이 잠든 사이에’(당잠사) 속 적당히 능글맞고 적당히 반듯한 경찰도 좋다. 그 어떤 모습을 기억하고 있더라도 분명 깨버릴 테니까.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얼굴일 테니까.
배우 정해인(29)이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역모)로 또 한 번 변신을 꾀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역모’는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하룻밤, 왕을 지키려는 조선 최고의 검과 왕을 제거하려는 무사 집단의 극적인 대결을 그린 리얼 무협 액션. 정해인의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2년 만에 개봉인데 놀랍기도, 기쁘기도 해요. 우선 주연의 기회가 온 게 기적이라 너무 감사하죠. 흥행을 떠나서 그 자체로도 벅차요. 물론 데뷔 1년 차 때 찍은 거라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도 많더라고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내가 저렇게 열심히 했구나, 도전했구나’ 싶으면서 지금 제 모습을 반성하게 됐죠. 어쨌든 제게는 너무 많은 걸 배운 작품이자 좋은 경험이었어요. 몸에 좋은 쓴 약이랄까요?(웃음). 솔직히 개봉 직전이라 걱정도 되는데 쓴소리도 겸허히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습니다.”
극중 정해인이 열연한 인물은 조선 최고의 검 김호. 내금위 사정에서 1년 만에 9품 부사용으로 좌천, 그리고 현재는 포졸이 된 수직 좌천의 아이콘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적응하려던 찰나 어영청 5인방의 옥사 점거로 이인좌의 탐욕을 알아챈다. 이에 김호는 왕을 지키고자 다시 검을 든다.
“제가 계급이 계속 바뀌잖아요. 그래서 의상, 자세 등 계급에 따라 캐릭터 변화를 줬어요. 또 중점을 뒀던 건 김호는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요. 반면 이인좌는 대의를 위해서 싸우죠. 캐릭터 간의 신념이 대립하면 갈등 구조가 생기고 극이 전개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부분을 신경을 썼죠. 찍으면서는 역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어요. 옳고 그름은 있을 수 있으나, 각자 입장이 있고 입장에 따라 역사도 다를 수 있다는 걸 배웠죠.”
이번 영화의 관전 포인트인 액션에 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극중 정해인은 몽둥이, 활, 검 등 다양한 무기들을 섭렵하며 고난도 액션을 소화했다. 그는 “인생 30년 통틀어서 제일 힘든 시기였다”고 엄살을 떨면서도 이내 촬영 중 생긴 손등 흉터를 두고 “상징이다. 초심의 상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영화의 80%가 액션이에요. 아무것도 모를 때라 멋모르고 달려든 거죠(웃음). 와이어도 없고 제가 직접 뛰었어요. 힘든 점이요? 아무래도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까(‘역모’는 2015년 여름 약 한 달간 촬영됐다) 현장에서 합을 알려주고 한 시간 동안 외워서 바로 투입됐죠.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근데 또 현장에서 합을 맞추면서 할 수 없는 건 과감하게 뺐어요. 무리하게 간 장면은 없죠. 그저 지금 바람이 있다면, 액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오셔서 이걸 재밌게 봐주시는 거예요.”
영화의 개봉이 미뤄진 2년 동안 정해인에게는 꽤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그리고 그중 몇몇 작품에서는 꽤 강렬한 인상도 남겼다. 지난 16일 종영한 ‘당잠사’는 특히 더 그랬다.
“제가 인기를 크게 체감하는 부분은 없어요. 부모님만 좋아하시죠(웃음). 물론 ‘당잠사’하면서 확실히 SNS 팔로우는 많이 늘었어요. 또 정말 소수 정예의 팬카페가 있는데 거기 회원들도 늘었더라고요. 신기하고 얼떨떨하고 그렇긴 하죠. 아마 이번에 ‘역모’ 무대 인사해보면 변화를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요. 하하. 차기작은 아시다시피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에요. 촬영은 1월 중순까지 계속될 듯해요. 건강에 무리가 안가는 선에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웃음).”
스스로 돌아봤을 때 그간의 시간 동안 달라진 점, 배우로서 성장한 부분이 있느냐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곧바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선 위기 상황에서 대처 능력이 생겼어요. 그간 작품을 하면서 저만의 통계가 쌓이고 그러면서 나름의 매뉴얼이 생겼죠. 이제 그걸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적용하는 거예요. 물론 특별한 건 아니에요. NG 낸 후 대처 방법, 집중 안될 때 방법 등이죠. 그리고 또 하나 배운 건 사람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결국 사람과 사람 간의 예술이잖아요. 그래서 좋은 유대 관계가 꼭 필요하죠. 예를 들어 3개월 전에 (이)종석이, (신)재하와 떠난 여행만 생각해봐도 그래요. 작품(‘당잠사’)으로 만난 소중한 동생들이고, 그들과 함께했던 기억이 지금도 힘이 되고 절 미소 짓게 하니까요.”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주)스톰픽쳐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