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정책 공방 "탈원전 시급" vs "과도한 우려"
포털사이트·SNS에서도 탈원전 찬반 격론 재개
[뉴스핌=조정한 기자]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경북 포항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공사재개 결정으로 수그러들었던 '탈원전' 정책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원전 건설 중단을 요구했던 환경단체 등은 포항 지진을 계기로 탈원전의 시급성을 다시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탈원전 반대 측에선 "과도한 우려"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경북 포항시에 5.4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16일 포항 북구의 대동빌라에서 여진에 의한 2차 사고를 대비해 관계자들이 포크레인을 이용, 빌라 외벽을 제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환경운동연합'은 포항 지진 직후 성명을 내고 "지난해 경주 지진에 이어 동남부의 양산단층대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동남부 일대에 운영·건설 중인 원전을 축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환경단체인 '에너지정의행동'은 성명에서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핵발전소 건설을 멈추고 적극적인 탈핵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탈핵을 주장하는 국회의원들도 일제히 긴급 성명을 내고 심각성을 강조했다. '탈핵에너지전환 국회의원모임(대표의원 박재호, 연구책임의원 김해영, 간사의원 윤종오)'은 "대한민국에서 지진은 더더욱 위험하다. 지진은 원전이라는 폭탄의 뇌관을 때리기 때문"이라며 "특히 포항지진 진원지에서 불과 40km 거리에 있는 월성지역은 총 6기의 원전이 밀집해 있고 전국 24기의 원전이 모두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의 믿음도 무너졌다. 지난 사례를 통해 대한민국은 지진 안전지대도 원전사고 안전지대도 아니"라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더 빠르고 더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 신규원전 건설 중단과 노후 원전 수명 연장 금지 공약은 확고히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의에서 "탈원전을 비롯한 노후 원전의 조속한 폐쇄와 원전 안전 기준 강화가 가장 중요한 지진피해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형 원전 첫 모델인 신고리 3·4호기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반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등을 포함해 탈원전에 반대했던 야권에선 발전소가 정상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논란이라고 일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날 원자력 발전소 상태에 대해 "모두 정상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포항 지진이 원전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음은 물론, 국내 원전 24기는 모두 6.5로 내진 설계됐으며, 신고리 3호기는 규모 7.0 지진을 견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야권에선 갑작스런 탈원전 논의보다는 당장 피해지역 복구와 수능시험 연기 등 민생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며 소속 지역구 의원을 현장에 보내는 등 피해 대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수능시험이 전격 연기가 됐는데 학부모를 비롯해 학교 현장에 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줄 것을 교육 당국에 부탁드린다"며 "이미 한국당은 어제 바로 해당 지역에 지역구 의원을 급파했고 홍준표 대표와 당직자들이 해당 지역의 피해사항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우기 위해 현재 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당도 피해복구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모든 조치에 최대한 협력하겠다"며 "예산 심사과정에서도 내진 설계와 대피시설 건설 등 지진대책 관련 예산도 꼼꼼히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포털과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탈원전 찬반 논쟁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ajda****'은 "우리나라에서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고, 원전이 가동 중단할 가능성도 낮다"며 "막연한 '만약'으로 섣부른 탈원전을 하면 큰 경제적 손해를 지게될 것"이라고 성급한 탈원전 주장을 경계했다.
반면 트위터 아이디 'kenne****'은 "더 이상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며 "이제 노후 원전 폐쇄와 탈원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아이디 'kaml****'은 "정치권이 원전이라는 중대한 일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조정한 기자 (giveit9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