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전병헌·프레임전쟁·새해 예산안 등 난제 산적
[뉴스핌=정경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7박 8일간의 동남아시아 순방 일정을 마치고 15일 귀국한다.
한·중 관계 정상화 합의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 지지 확보 등 나름 성공적인 순방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달콤함도 잠시, 대통령은 귀국과 동시에 인사, 예산안 등 산적한 국내 현안들과 맞닥뜨려야 한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오는 20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다시 한번 국회에 정말 지혜롭게 판단해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여야 간 이견으로 지난 14일 시한의 홍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에 실패했다.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으로 문 대통령이 홍 후보자에 대한 장관 임명 강행 의사를 나타냄으로써 정치권은 또 한 번 요동칠 전망이다.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기간 내에서 재송부 요청을 할 수 있고, 그래도 채택되지 않으면 임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회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등이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됐고, 그때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인사 참사', '협치 파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 출범 반 년이 지나도록 내각 구성을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는 문 대통령으로선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 다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홍 후보자 임명 강행 여부와 관련해 "지금 상황에서 만일 국회가 그걸(재송부) 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면서 말을 아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청와대> |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측근의 자금횡령 의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측과의 공방으로 번지고 있는 '적폐청산 대 정치보복' 논란도 있다.
전 수석은 현재 국회의원 시절 당시 보좌진의 자금 횡령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소환 가능성까지 대두되면서 그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고, 그만큼 청와대의 부담이 커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재 관련자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어찌됐든 검찰에서 어떤 식으로든 통보가 온다면 본인이 밝히지 않겠나"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문재인정부 출범의 원동력이 된 '적폐청산' 기치는 자유한국당과 친이(친이명박)계를 '정치보복'이라는 깃발 아래 뭉치게 만드는 효과를 제공했다. 군 사이버사령부와 국정원의 정치관여 의혹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 측과의 공방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해외 일정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나간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청와대는 박수현 대변인을 통해 "적폐청산은 개인에 대한 책임 처벌이 아니다. 불공정 특권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다"며 반박했다.
이 전 대통령이 해외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하면서, 적폐청산을 놓고 향후 양 측의 공방이 재개되리라는 예상이 많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개인에 대한 처벌을 위한 것이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안은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라는, 새 정부에 내려진 준엄한 명령"이라며 "새 정부뿐 아니라 어느 정부든 우리가 구조적 모순이 있다면 해결하는게 당연한 과제로서, 그런 차원에서 보는 거지 특정 정치적 의도나 목적을 갖고 하는 게 아니란 것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당면한 경제 현안도 산적해 있다. 최저임금과 공무원 증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등에서 여야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내년도 예산안 통과가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내년 예산안과 관련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2 회의' 구성을 다시 제안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3일 같은 제안을 했으나,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문재인정부가 너무나도 택도 없는 예산안을 만들어가지고 와서 너무 힘들고 곤혹스럽다"며 "매년 예산 심사를 하는데 올해만큼 이렇게 힘이 드는 예산 심사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동남아 순방을 마무리하면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현안에 대한 질문은 거부했다. 문 대통령은 "그(국내 현안) 문제를 이야기하면 그 앞의 이야기(순방 성과)는 다 어디 가고 없고 묻히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