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게임에 전략게임시장 까지 잠식
자본력과 우수 콘텐츠로 한국 시장 석권
[뉴스핌=이동현기자] 한국 게임사들이 사드 여파로 인해 중국 진출에 차질을 빚은 가운데, 한국에서는 중국 게임의 역습이라고 할 정도로 ‘한풍(漢風)’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중국 게임업체들은 탄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며 M&A를 통해 획득한 우수 콘텐츠를 무기로 한국 모바일 게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구글 플레이(Google play)의 11월 데이터에 따르면, 인기 모바일게임 상위 15개 중 중국 모바일 게임은 6개나 이름을 올렸다. 또 2016년 한해에만 중국 게임은 113개나 국내에 선보이며 출시 봇물을 이뤘다.
모바일 게임 상위권을 점령한 중국게임은 장르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호평을 받은 중국 게임사 미호요(miHoYo,米哈游)의 ‘붕괴3rd’는 다양한 캐릭터를 가진 ‘미소녀 게임'이다. 또 넷이즈의 ‘대항해의 길’은 일본PC게임을 기반으로 개발된 ‘전략 게임’이다. 중국 모바일 게임은 마니아 게임부터 주류 장르까지 가리지 않고 모바일 게임 상위 차트를 석권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중국업체들은 ‘2차원 게임'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차원 게임은 일반적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풍의 캐릭터를 소재로 한 콘텐츠로 여성이나 매니아층이 선호한다.
그 중 음양사,소녀전선, 붕괴3rd가 대표적 2차원 게임으로 중국에서도 큰 성공을 한 바 있다. 한국에서도 중국 2차원 게임은 모바일 게임유저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며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그 밖에 ‘전략 게임’ 장르에서도 IGG의 로드모바일(王国纪元), 넷이즈의 대항해의 길(大航海之路)도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중국 모바일 게임 콘텐츠의 우수성을 여실히 입증하고 있다.
중국 2차원 게임 '음양사'가 한국에서도 히트를 하고 있다<사진=바이두(百度)> |
이러한 중국게임의 돌풍은 한국 게임 생태계의 축소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게임시장은 대형기업 위주로 재편되며 국내 중소 게임업체들은 뚜렷한 히트 작품 없이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게임업체가 자국 시장에서 히트한 ‘대작’을 선보이며 국내 중소 게임업체들의 공백을 메웠다고 진단했다. 중국 업체들은 세계 1위시장인 자국시장을 바탕으로 급격히 성장하며 게임 콘텐츠의 품질도 덩달아 개선됐다.
중국 매체들은 한국 게임의 ‘동질화’ 현상이 심각한 것도 중국 게임의 돌풍을 불러왔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 모바일 게임 업체들은 일부 성공한 게임을 기반으로 플레이 방식이나 콘텐츠가 유사한 게임들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게임 유저들의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중국 자본의 한국 게임 업계에 대한 투자 열기도 가라앉았다. 2014년 이후 중국 업체의 한국 게임업체 인수를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사드 여파도 한국 게임업체들의 상대적 부진에 한 몫 했다. 2016년 7월 사드배치가 결정되고, 특히 롯데 부지제공이 확정된 2017년 3월 이후 중국에서 판호(게임서비스 허가권)를 받은 한국 업체가 전무한 실정이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 게임산업의 최대 수출시장이었고 약 40%의 매출이 중국에서 발생한 만큼 국내 업체들의 타격도 극심했다.
다만, 텐센트가 한국 업체 블루홀의 글로벌 메가 히트작인 ‘배틀 그라운드’의 중국 시장 배급을 떠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가닥 희망이 되고 있다.
글로벌 PC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은 지난 10월 기준 배틀 그라운드의 중국 유저가 전체 게임 이용자의 42%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업계에서는 배틀그라운드가 정식으로 중국에서 배급되면 왕자영요(王者荣耀)에 버금가는 '대박 게임'으로 자리잡으며 게임 한류의 불씨를 되살릴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현 기자(dongxu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