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지수부터 고용, 투자까지 활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 제조업 경기가 훈풍을 내고 있다.
제조업 경기를 반영하는 각종 지표와 심리 지표, 여기에 관련 업계의 고용까지 회복 신호가 날로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켄터키주의 포드 자동차 생산 현장 <사진=블룸버그> |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워 제조업 경기를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표류하고 있지만 미국 제조업계가 청신호를 보내는 것은 글로벌 경제 성장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14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일자리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 이후 15만6000개 창출됐다.
이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 1만6000개 일자리가 줄어들었던 것과 커다란 대조를 이루는 결과다.
공급관리자협회(ISM)가 집계하는 제조업 지수는 지난 9월 60.8을 기록해 13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10월에도 활력을 유지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발표하는 산업생산은 지난 4월 9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뒤 최근 몇 달 사이 완만하게 후퇴하고 있지만 성장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제조업계의 투자도 활발하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업들이 지출을 늘리고 있다는 신호다. 지난 1분기 제조업 부문의 투자가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 연율 기준 14.8% 증가해 2014년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2분기에는 장비 투자가 8.8% 늘어나 2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의 윌리엄 스트라우스 이코노미스트는 WSJ과 인터뷰에서 “제조업 경기가 1년 전에 비해 향상됐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부터 송유관 건설 및 멕시코 국경 지역의 장벽 건설, 법인세 인하 및 규제 완화 등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웠던 주요 공약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 제조업 경기가 강하게 회생한 것은 전세계 주요국 경제가 크게 회복된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성장 회복에 따른 제조업체들의 경기 신뢰 향상과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상승도 제조업 경기 회복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세계 제조업체에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록웰 오토메이션의 블레이크 모렛 최고경영자는 월가 애널리스트와 가진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매크로 경제 여건이 매우 탄탄하다”며 “성장률과 산업 생산이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면서 제품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캐터필러를 포함한 중장비 업체는 상품 가격 상승에 따라 원자재 생산국의 경기 호조로 쏠쏠한 반사이익을 얻었다. 캐터필러의 국내 근로자 수는 지난 2~3분기 사이 3200명 증가, 4만9700명으로 늘어났다.
일부 기업 경영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 이행 지연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 소재 마틴 마리에타 머티리얼의 C. 호워드 나이 최고경영자는 “세제 개혁과 인프라 투자 등 연방 정부의 정책 이행이 느려지면서 건설 부문의 하강 압박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제조업계 경영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다고 WSJ은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