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P 포함 업체들 재생에너지 사업 발 빼고 유전 개발 전력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전세계 원유 수요가 앞으로 20년 후면 정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각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석유 업계 메이저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움직임이다.
엑손 모빌 <출처=AP/뉴시스> |
영국 BP를 포함한 주요 업체들이 오히려 재생에너지 사업에서 발을 빼고 전통적인 석유 사업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어 주목된다.
BP는 지난 19년에 걸쳐 재생에너지 사업에 80억달러 가량을 투자, 호주와 스페인, 미국,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태양열 패널과 풍력 발전 비즈니스를 추진했지만 관련 자산을 매각하고 나섰다.
밥 더들리 BP 최고경영자는 8일(현지시각)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재생에너지에 과거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BP만이 아니다. 셰브런과 엑손 모빌, 로열 더치 셸 그리고 토탈 등 미국과 유럽의 거대 석유업체들이 일제히 전통적인 유전 개발과 시추에 주력하는 움직임이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국가뿐 아니라 중국과 인도까지 휘발유 자동차를 줄이고 전기차 시장을 확대하는 데 사활을 걸면서 원유 수요가 머지 않은 장래에 정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꼬리를 물고 있지만 석유 메이저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다.
셰브런의 존 왓슨 최고경영자는 이른바 ‘원유 수요 피크’ 조짐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부 투자자들도 같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스코티시 인베스트먼트 트러스트의 알라스데어 맥키넌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영속적인 대체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장기적으로 원유 수요가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세계 원유 소비 총량 가운데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른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전기차의 대중화가 이뤄질 경우 원유 수급과 석유 업계에 커다란 충격이 발생할 것이라는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석유 업체들은 에너지 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기보다 실제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될 경우 재생에너지 업체를 인수해 수익성과 성장성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셰브런은 인도와 나이지리아 등 주요 이머징마켓의 전기차 인프라 건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때문에 신흥국의 원유 수요가 탄탄하게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엑손 모빌 역시 2040년까지 운송 부문의 원유 소비 비중이 25%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아시아가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