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불균형 빌미 통상압박…첨단무기 판매 실속
韓, 한미FTA 개정 예민한 반응은 협상력만 떨어뜨려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방한을 계기로 우리나라에 대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양국의 통상당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지만, 국내 우려와 달리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정부가 이익의 균형을 깨는 개정 협상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 측도 한미 FTA가 양국이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진짜 속내는 북핵위기와 통상압력을 지렛대 삼아 우리나라에 거액의 첨단무기를 팔기 위한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한미FTA 개정 '찻잔 속 태풍' 가능성…과민반응은 금물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 등 2박3일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그동안 '무역불균형'을 이유로 통상압력을 높여온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기간 어떤 발언을 쏟아낼 지 통상당국과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미국측은 한미FTA 체결로 인해 무역적자가 심해졌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지만 실상은 양국의 이익균형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는 게 객관적인 평가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심화됐지만 서비스수지 흑자를 감안하면 적자폭은 상당부문 상쇄되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통신/뉴시스> |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2011년 116억달러에서 지난해 233억달러로 두 배나 늘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2년 152억달러, 2013년 205억달러, 2014년 250억달러, 2015년 258억달러를 정점으로 지난해 233억달러로 줄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지 적자는 2011년 110억달러에서 2015년 141억달러로 대폭 확대됐다. 이를 합산한 총 교역수지는 100억달러 안팎으로 줄어든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LNG 도입이 본격화되면 상당부문 상쇄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여파로 양국의 교역규모가 2011년 대비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간 교역량이 10% 가까이 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미 FTA가 버팀목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동복 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한미 FTA는 지금까지 체결된 양자협정 중 상당히 높은 수준의 협정으로서 한미 양국에 이익이 된 성공적인 FTA"라면서 "5년간 양국간 교역이 꾸준해 시장점유율도 상호 증가했고, 특히 미국의 한국시장점유율은 10년래 최대수준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 수천억대 정찰기 도입 추진…美 '실속' 챙길듯
한미 FTA가 개정되더라도 양국의 이익균형을 크게 무너뜨리기는 힘들다. 우리 정부가 당당하게 협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가 관철되기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단기적인 성과가 절실한 트럼프정부 입장에서도 오랜 기간이 걸리는 '한미 FTA 재협상'은 실속 있는 카드가 아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명분도 실리도 약한 한미FTA 개정에 왜 이렇게 목을 매며 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가 민감해 하는 한미 FTA 재협상을 지렛대 삼아 '성동격서(聲東擊西)'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리 정부는 사드 배치 외에도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발사대 탐지를 위해 수천억원에 달하는 지상감시 정찰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열린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에서 우리 군은 미측에 '조인트 스타즈' 등 지상감시 정찰기 판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이 시작된 21일 오전 경기 평택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 패트리엇(PAC-3) 미사일 포대 앞으로 U2 고고도정찰기가 착륙하고 있다. [뉴시스] |
대당 가격은 약 3억6600만달러(약 4000억원)인데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태여서 중고로 구매하든지, 아니면 보잉사가 새로 개발하고 있는 정찰기를 구매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결과가 어떻든 이번 방한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천억원대의 '선물'을 안기는 셈이다.
더불어 LG전자가 미국 테네시주(州)에 2억5000만달러(2825억원) 규모의 세탁기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을 비롯해 우리 기업의 크고 작은 투자 계획을 합치면 트럼프는 적지 않은 '실리'를 챙길 전망이다.
◆ '미치광이 전략'에는 무대응이 상책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성동격서 전략을 감안할 때 미국의 통상압력에 우리 기업이나 국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미치광이 전략'에는 무대응이 상책이라는 게 정설이다. 트럼프우리 국민들이 예민하게 반응할수록 우리 정부의 협상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올해 몇차례 열린 통상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종료될 경우 미국의 손실이 더욱 크다"면서 "일희일비 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의 불확실한 대미 통상환경 하에서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대내외적으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미 FTA로 인한 득실을 객관적으로 분석해 우리측의 대응전략을 마련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안세영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최근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적 무역 조치들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한미 FTA 재협상 등 모든 가능성에 준비는 하되, 미측의 최대 관심사항인 무역수지 불균형의 해소방안에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