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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우리은행장 "채용비리, 책임지고 사퇴하겠다"(종합)

기사입력 : 2017년11월02일 17:54

최종수정 : 2017년11월02일 18:02

"도의적 책임 지고 사임 의사"…임추위 차기 행장 선임 논의

[뉴스핌=허정인 기자] 이광구 우리은행 행장이 채용비리 의혹 16일만에 전격 사퇴했다. 2일 사의를 표명한 이 행장은 이날 본점 로비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됐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 대한 부담감, 채용비리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 등이 두루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1월 연임에 성공한 이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김학선 기자 yooksa@>

이 행장은 이날 오후 우리은행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사의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행장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과 고객님들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와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오늘 이사회간담회에서 은행장직 사임의사를 말씀드렸다”고 했다.

지난 달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 16일만이다. 정무위 소속 심상정 의원은 채용비리 내용을 담은 문건을 입수했다면서, 우리은행이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150명)에서 16명을 특혜 채용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2016년 우리은행 신입사원 공채 추천현황 및 결과’ 문건에 따르면 특혜채용 당사자들은 금융감독원이나 국가정보원, 은행 VIP고객의 자녀와 친인척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에는 입사자의 출신학교와 나이 및 성별이 표기돼 있고, 전 행장과 전 부행장 등 우리은행 간부로 구성된 추천인 명단도 나와 있다.

이에 우리은행은 자체감사를 진행하고 금감원과 심 의원실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이 행장은 채용비리에 연루된 남기명 국내부문장(수석 부행장), 이대진 검사실 상무, 권호동 영업본부장 등 3명을 직위 해제했다.

다만 심 의원이 지난달 30일 종합감사에서 검찰 고발을 요구하면서 사태가 커졌다. 심 의원은 이 중간보고서가 '꼬리 자르기'에 집중됐다며 정식 수사를 요청했다. 최흥식 금감원장은 같은 날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기고 이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자체감사 및 직위해제를 통해 쇄신 의지를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비리 의혹이 여기에까지 이르자 이 행장은 책임의식을 강하게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행장은 앞선 임직원 메일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새로 선임되는 후임 은행장께서 성공적으로 실행해 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자체감사 결과와 관련해 “은행 인사팀이 청탁자와 추천인 등을 정리한 문건을 작성한 것은 맞지만 이런 사실이 인사담당 부행장까지 보고됐을 뿐 행장 보고 여부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행장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우리은행은 차기 행장을 선임해야 한다. 우리은행 이사회와 임원추천위원회는 조만간 후임 행장 선임시기와 향후 절차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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