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여개 핀테크 업체 분석·자금공급...현장 밀착형 금융
[뉴스핌=김연순 기자] 국내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이 주요 비즈니스모델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은 15%에 달한다.
정부가 혁신적 기업 등에 지원을 강화하는 '생산적 금융'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이 롤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8월 창업·중소기업인 현장 방문을 나선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경기 성남 판교 테크노밸리 인포뱅크를 방문해 수중 물고기 로봇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핀테크,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대대적인 금융 패러다임 전환 요구 속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Silicon Valley Bank)' 혁신 모델이 눈에 띈다. 신성환 금융연구원장도 국내 금융산업의 업그레이드 모델로 실리콘밸리은행을 주목했다.
신성환 원장은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금융환경의 차이는 있지만 실리콘밸리은행처럼 완전히 차별화된 은행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은행이 생겨나면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업은행 비즈니스 모델을 고수하는 국내은행은 자기자본이익률(ROE)은 6%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이 주요 비즈니스모델인 실리콘밸리은행은 자기자본이익율이 15%에 달한다.
업력이 25년 된 실리콘밸리은행은 자기자본 8조~9조원, 자산은 70조~80조원 수준이다. 이익률이나 수익성이 통상적인 상업은행에 비해 대단히 높다. 수익성으로 국내 1등인 신한은행보다 업력도 짧고 자산규모도 작지만 차별화된 비즈니스모델을 통해 금융생태계를 바꾸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의 비즈니스 모델은 혁신기업에 대한 대출이나 지분 투자다. 7000여 개 핀테크 업체를 분석하고 추적하면서 대출은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해당 업체의 주식을 사고 인수하는 식이다. 이는 투자은행과 차별화한 실리콘밸리식 '현장 밀착형' '기업 공존형' 금융으로 불린다.
신 원장은 "(실리콘밸리은행은) 핀테크 기술력을 바탕으로 위험과 비용을 굉장히 낮게 유지, 운영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불확실성과 위험이 높은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간다는 것이 상당히 놀랍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은행의 이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활로를 찾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실리콘밸리은행 같은 은행의 출연이 요구된다"면서 "은행을 포함한 금융산업이 여러 기술을 받아들이고 정보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필요한 곳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수적, 보신적 영업행태로 인한 금융권의 자금 쏠림 현상은 점차 심화되고 있다. 국내은행의 기업자금 비중은 1999년 67.9%에서 지난해 54.4%로 줄어든 반면 가계자금 비중은 28.7%에서 43.2%로 늘어났다.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담보·보증 위주의 영업 관행이 이어졌다. 2009년 165조9000억원이었던 은행권 중소기업 담보대출은 올해 6월 기준 359조1000억원으로 두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 218조3000억원에서 188조8000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8일 대한상의 초청 조찬강연에서 "가계대출 및 부동산으로 쏠리는 자금흐름을 스타트업, 혁신 중소기업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시장을 위한 제도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생산적 금융을 위해 자본시장이 기업 성장, 일자리 창출, 국민소득 증대를 이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