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R&D 페스티벌’, 올해로 8회째 맞아
8개 본선팀 중 청각장애인 위해 소리를 시각화한 ‘심포니’팀 대상
[뉴스핌=전선형 기자] “비가와 부득이 실내에서 진행합니다” 부슬비가 내리던 12일 오전 11시반,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현대ㆍ기아차 남양연구소가 분주하게 움직였다. 연구소 앞뜰에서 열린다던 ‘현대기아차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은 비로 인해 급작스럽게 실내로 변경된 탓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연구소 강당에 마련된 경연장에 들어섰다. 입구 바로 맞은편에 경연 참가자들의 모습이 힐끗 보였다. 우왕좌왕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더군다나 좁은 공간에 국내외 기자들이 취재경쟁중이라 그들의 얼굴엔 당황함과 떨림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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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사진=현대차> |
올해로 8회째를 맞은 ‘현대기아차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이하 R&D 페스티벌)’은 현대기아차 연구원들의 사내 경진대회다. 연구비 지원이 빵빵한데다, 1등에게는 무려 700만원의 상금과 북미 연수기회가 주어져 연구원들에게는 꿈의 무대로 여겨진다. R&D 페스티벌은 4~8명의 연구원들이 조를 이뤄 약 반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연구를 진행해 작품을 선보이는 식으로 진행된다.
특히 올해 R&D 페스티벌은 더욱 특별했다. 그간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작품을 주로 뽑았다면, 이번에는 삶의 동반자ㆍ상상의 ‘모빌리티(이동수단)’라는 주제로 다양한 작품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가족, 노약자, 장애인 등을 위한 작품들이 다수 출품됐다.
이날은 8개 본선 진출 팀 중 7개 팀이 작품을 공개했다. 이들 중 우수상이 5팀, 최우수상 두 팀, 대상이 한 팀을 뽑게 된다. 작품을 공개하지 않은 한 팀은 차량 오염을 방지하고 외관을 보호하는 자동 전동 차고를 선보인 ‘쉘터’팀인데, 작품 크기가 커 실내에서 공개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 이날 발표에서 제외됐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팀은 ‘착한자동차’팀.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한 연구원이 나왔다. 그는 자신들의 작품은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착안해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제작했다고 의미를 밝혔다.
착한자동차란 운전자의 주행습관에 따라 자동차에 설치된 시스템이 이를 인지해 피드백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신호나 정속 주행 등을 하면 칭찬하고 운전을 엉망으로 하면 혼내는 식이다. 혼내는 목소리는 어린아이 목소리를 적용했다. 어린이 목소리가 사고를 줄여준다는 연구결과를 인용했다고 한다. 운전자가 칭찬을 많이 들으면 포인트가 쌓이며 이는 기부 등 다양한 곳에 사용이 가능하다. 특히 주행정보가 자동 수집되기 때문에 완성차 연구개발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이점도 있다.
이어 안전벨트를 자동으로 착용해주는 ‘팅커벨트’ 팀이 나왔다. 버튼이나 차가 운전을 시작할시 자동으로 착용되는 방식이다. 물론 수동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시연 작품은 아직 제대로 완성되지 않아 꽤 버벅거렸다. 이날 가장 웃음을 많이 준 팀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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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를 자동으로 착용해주는 ‘팅커벨트’팀.<사진=전선형 기자> |
뒤이어 주차한 동안 저절로 세차가 되는 로봇시스템 ‘더스트버스터’팀, 세그웨이 원리에서 착안해 장치를 자전거나 휠체어에 달면 바로 전자동차가되는 아이디어의 ‘모토노프’팀, 로봇과 이동수단을 결합해 사람이 로봇을 타거나 짐을 싣도록 한 ‘로모’팀 등이 작품을 설명했다. 마지막에는 자율주행 자동차를 대비해 움직이는 셀로 효율적 실내공간을 만든 ‘플루이딕 스페이스’ 팀이 나왔다.
이날 R&D 페스티벌에서 많은 박수를 받은 6번째로 나온 심포니팀이다. 한자의 마음 심(心)자와 현대차의 상징인 ‘포니’를 합성해 이름을 지은 심포니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소리를 시각화한 모빌리티 시스템을 선보였다. 실제 팀 내에 청각장애인 가족을 둔 연구원이 있어 더 ‘실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었다’는 사연이 감동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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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 화성시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2017 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한 ‘심포니’ 팀이 작품 시연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 |
가장 눈에 띈 것은 소리를 시각화했다는 점이다. 경찰차 싸이렌 소리, 엠뷸런스 소리 등을 구분하고 이를 빨강색, 녹색등으로 구현해 앞유리에 표시한다. 특히 소리의 주파수 영역을 분석해 소리의 거리까지 감지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게다가 차량 내부에는 손의 움직임을 인식하는 센서가 부착돼있어 ‘수화’를 읽어내는 기술도 구현했다. 운전자가 청각장애인일 경우 내비게이션에 수화로 목적지를 말하면 인식하게 된다. 수화가 소리로도 변환되기 때문에 드라이빙 전문 카페에서 주문도 쉽게 할 수 있다.
박수를 많이 받은 만큼, 대상의 영예도 심포니팀에게 돌아갔다. 창의력 넘치는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청각장애인 가족을 둔 사연이 더해지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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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을 차지한 ‘심포니’ 팀이 작품 설명 및 시연을 하는 모습.<사진=현대차> |
현대차는 이날 수상한 아이디어들을 앞으로 양산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이날 발표된 작품들은 시험단계기 때문에 장치가 크고 투박하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이디어만큼은 재기발랄했다.
이날 대상시상을 한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모든 작품이 훌륭했고, 결과도 중요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협조가 잘됐다는 점이 굉장하다”라며 “다양한 협조를 얻어 작품이 양산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