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전예지의 패기와 이종혁의 여유, 배해선의 농익은 연기가 완벽하게 합을 이룬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22년간 이어온 명성을 재차 증명했다.
뮤지컬이 실제로 무대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을 고스란히 담은, 백스테이지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10월 9일까지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이번 연휴가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만날 마지막 기회다.
지난해부터 한층 업그레이드된 뉴 버전으로 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42번가'. 최고의 쇼 뮤지컬이라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정도의 화려한 볼거리는 물론, 줄리안 마쉬 역의 이종혁, 배해선의 노련한 연기를 만날 수 있다. 페기 소여 역의 전예지는 자신감과 패기가 넘치는 캐릭터 그 자체로 객석을 흥분하게 한다.
◆ 생생하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 전예지와 이종혁·배해선·에녹의 힘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원작이 오래된 만큼, 또 국내에서 22년째 공연되고 있는 만큼 발전을 거듭해온 뮤지컬이다. 잘 짜인 세트와 무대 장치, 효과, 배우들의 명연이 어우러진 완벽 그 자체였다. 좀처럼 흠을 골라내기 어려운 가운데서도 배우들이 빚어낸 살아있는 인물들은 유난히 반짝거렸다.
이 작품으로 데뷔해 탭댄스에는 일가견이 있는 전예지에게선 확실히 매 순간 자신감이 느껴졌다. 마냥 순진하면서도 꿈을 향한 열정을 불태우는 페기 소여. 섬세하게 모든 감정을 표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이종혁은 '여유'와 '카리스마' 그 자체였다. 인지도 하나로, 또 능청스럽지만 확신이 담긴 대사 하나 하나로 객석을 안심시켰다.
특히 단연 제몫 이상을 해내고야 마는 배해선과 에녹의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배해선은 무대 위에서 놀라울 정도로 농염하고, 우스꽝스럽다가도 섹시한 매력이 넘치는 도로시 브룩을 빚어냈다. 배해선의 도로시를 위해 '브로드웨이 42번가' 재관람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에녹 역시 거의 모든 넘버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으며 기량을 과시했다. 극을 보며 빌리는 주연 4인방 가운데 어쩌면 가장 여성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역할이라는 확신이 강하게 들었다. 물론 거기엔 에녹이란 배우의 공이 컸다. 때로 능글맞고 느끼하기도 하지만, 훌륭한 신체 조건과 비주얼, 탄탄한 댄스 실력과 무대 장악력까지 무엇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다.
◆ 시대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이야기, 리부트 버전이 필요할까
대부분의 뮤지컬의 스토리가 그러하듯,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전형적이고 평면적인 이야기다. 딱히 강조해야 하는 메시지도 부족하다. 쇼적인 부분에 치중하다보면, 내용이 빈약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전락하기 마련. 배우들은 이 점을 피하기 위해 연기에 공을 들였고, 무던히 애썼다.
그럼에도 반전이나 별다른 교훈이 없는 이야기가 순간적인 감탄 이상의 감동을 주긴 역부족이다. "여자는 젊고 예뻐야 해"와 같은 대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거나, 결국은 수많은 댄서들 가운데 어리고 예쁜 페기 소여가 성공하는 스토리. 지금은 여기에 어떤 감흥이나 감동도 느낄 수 없는 시대다.
그나마도 도로시 브룩은 극중 이미 부와 명성을 가졌기에 꽤 자유로워 보인다. 뮤지컬 안에서는 시대를 앞서간 그녀가 현재와 꼭 어울리는 캐릭터가 된 셈이다. 이쯤되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명작에 시대의 트렌드를 함께 담은 '리부트 버전'을 기대해볼 때가 아닐까.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 사진=CJ 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