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품창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 2017 |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 서울 미술계를 떠나 제주로 내려간지 올해 16년에 접어든 화가 김품창(1966~). 그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작년에 이어 또다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해 ‘김품창-제주 15년 기념전’을 예술의전당 미술관에서 호평 속에 개최한 데 이어 올해도 같은 공간에서 전시를 꾸렸다.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김품창 작품전의 타이틀은 ‘어울림의 공간-제주 환상-제주 숲을 담다’.
다소 긴 타이틀을 전시명으로 붙인 까닭은 ‘제주는 살면 살수록 자연과 인간, 자연과 동물, 이성과 감성이 마치 물흐르듯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처음 제주에 발을 디딘 2001년에는 제주의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제주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제주의 숲과 오름, 바다와 바람이 주는 그 환상적인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 제주에서 느끼는 그 충만한 기쁨과 온전한 자유를 작가는 화폭 가득 신명나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그 신작을 모아 서울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펼친 것.
김품창은 이번 서울 전시에 제주의 사계절 풍광을 다채롭게 풀어놓았다. 그 풍경은 더없이 환상적이고 평화롭다. 깊은 숲 속에선 나무와 풀, 사슴과 새, 어른과 아이가 스스럼 없이 어우러진다. 길게 뻗은 나무들 위로, 커다란 물고기에 올라탄 사람들이 즐겁게 하늘을 나는 모습은 제주에 머무는 작가만이 그려낼 수 있는 그림이다.
작가는 “내 그림은 눈으로 보고 그린 게 아니다. 보고, 또 보고 제주의 풍경이 내 가슴에 녹아내려 몸 구석구석으로 파고들면서 화면에 옮겨놓고 싶어 못 견딜 때, 그 때야 비로소 화폭에 옮겨 담는다”고 토로했다.
김품창의 그림에선 하늘과 땅, 육지와 바다, 인간과 동물의 구별이 그닥 중요치 않다. 모든 생명체와 모든 대상이 한 편의 환타지처럼 어우러진다.
김품창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 2017 |
최근들어 작가는 제주의 원시 숲인 곶자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곶자왈의 깊은 숲에서 한없는 자유를 느꼈다는 그는 “자라면 자라는대로, 꺾이면 꺾이는대로, 쓰러지면 쓰러지는대로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가 나를 전율하듯 사로잡았다”고 했다. 그 감흥을 담은 김품창의 신작은 예전 그림보다 더 싱그럽고, 환상적이다.
[뉴스핌 Newspim]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