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제주상공인 리더십포럼서 기조연설
규제철폐 노동개혁 통해 기업 투자도 활성화해야
文정부에 국민통합 경제성장 남북평화 주문
[뉴스핌=허정인 기자]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소득주도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기업 주도의 수출중심 성장이 더 이상 부의 재분배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봐서다. 때문에 가계의 소득을 보장하고 기업의 이익을 높여 분수효과로 경제성장을 이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제주에서 개최한 ‘2017 글로벌 제주상공인 리더십 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포함해 지역기관장이 모두 모였다.
박 전 총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였을 당시 캠프 자문위원장을 맡아 현 경제정책의 청사진을 그렸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소득주도성장론은 박승 총재의 제언인 것으로 익히 알려졌다.
박 전 총재는 문재인 정부에 국민통합, 경제성장, 남북평화를 주문했다. 국민의 촛불이 이룩해낸 정권이기 때문에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달성하지 못한 목표들을 실현해야 된다는 주장이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영세 중립국’의 길을 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평화를 구축한 후 통일이 되고 나면, 이를 영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영세중립국의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얘기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제주시 롯데시티호텔에서 개최된 ‘2017 글로벌 제주상공인 리더십 포럼’에 참여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
박 전 총재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민간 소비를 늘려서 대기업의 소득을 늘리는 정책으로 경제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주도의 낙수효과가 제 기능을 못 한다고 본 것.
그는 “과거와 같은 산업화 패러다임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이끌 수 없다”며 “수출 기업들이 성장동력을 잃고 있다”고 평했다.
우리나라 수출 증가율은 2015년에 8% 감소한 후 작년에는 -6%로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올해는 약 8% 성장이 예상되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좋은 성적은 아니라는 게 박 전 총재의 분석이다.
박 전 총재는 “소비 증대, 저축 감소의 길로 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빈부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면 가계의 소비가 증대해도 저축으로 자금이 흡수되기 때문에 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는 분석에서다.
민간의 소득 증대뿐 아니라 기업의 투자 역시 활성화돼야 된다고 말했다. 결국 고용의 주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박 전 총재는 “기업들이 국내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초과사내유보금 과세 정책과 각종 규제 철폐가 필요하다”면서 “노동개혁을 해서 파업 없는 산업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분수효과와 낙수효과가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제주시 롯데시티호텔에서 개최된 ‘2017 글로벌 제주상공인 리더십 포럼’에 참여해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핌> |
문재인 정부에는 국민통합, 경제성장, 남북평화를 이끌어 줄 것을 당부했다. 특히 박 전 총재는 촛불의 힘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위기 때마다 우리 국민의 민족적 자각(촛불)이 역동적 발전을 불러왔다면서, 특히 이번의 자각은 정치 민주화에 더불어 경제성장, 남북관계를 모두 아우르는 자각이었다고 판단했다.
때문에 문 정부는 역사가 쥐어준 사명을 실천해야 한다면서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을 결합시키고, 권위주의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인권주의 확립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것을 제언했다.
대북 문제에 대해선 ‘평화’로 풀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북한은 체제유지를 위해 핵도발을 하고 있다”면서 “종국에는 한계에 이르러, 이란처럼 먹고 사는 문제를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오히려 문제해결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보고 유엔을 통한 강력한 제재압박에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 후의 한반도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한국을 전진기지 및 완충기지로 보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면 한반도 긴장은 통일 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통일한반도의 미래는 ‘영세중립국’이 돼야 한다면서 남한과 북한의 무기를 무력화하는데 합의하고, 미국과 러시아, 일본, 중국 네 나라의 합의를 보장 받아 평화지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허정인 기자 (jeong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