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공급규제로 급등 부작용 존재해
[뉴스핌=백현지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넉달간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포함한 강력한 부동산대책들이 나왔다.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고 매매거래가 줄어든 측면에서 일단 부동산대책 '약발'이 먹혔다는 평가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문재인정부의 부동산대책은 투기적 수요 근절에 방점을 뒀다. 적은 종잣돈을 가지고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들인 뒤 단타매매를 하려는 '지렛대효과'를 노린 수요가 주요 타깃이 됐다.
이를 위해 우선 돈줄을 죘다. 지난 6.19 부동산시장 안정화 방안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강화했으며 8.2 대책에서는 서울 전역과 세종시를 투기과열지구로 묶었다. 9.5 후속조치에서는 분양가상한제 부활을 예고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집값 급등은 투기세력 때문"이라며 투기세력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규제에 서울아파트 매매가격은 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주간 기준으로 4주 연속 하락했다. 지난 8월 전국주택매매거래량도 지난달 대비 1.9% 감소했다. 박선호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지난 9.5 후속조치 발표 당시 "8.2대책 이후 전국 주택가격이 빠르게 안정세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재건축 심의를 통과한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사진=이형석 기자> |
이처럼 문재인 정부가 벌인 '부동산 과열과의 전쟁'에서 정부가 손 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초반부터 강력한 대책을 쏟아낸데 있는 것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매번 강도 높은 추가 대책을 예고한 것도 시장에 먹혔다는 평가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의 거듭된 규제대책은 갭투자와 부동산 재건축 시장의 투기적 수요 차단에는 효과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정부 규제 이전보다 집을 팔기 어려워지고 매맷값도 떨어진 만큼 다주택자들의 행보가 어떻게 되느냐가 관건으로 꼽힌다.
박 전문위원은 "앞으로 갈림길에 서 있는 다주택자들이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에 따라 시장 분위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향후 내놓은 추가대책도 이들 다주택자들을 대상으로 할 전망이다. 다주택자들이 보유중인 다주택을 처분하거나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는 게 정부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부동산 보유세를 부과하거나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해 대출을 받아 여러 채의 집을 가진 집주인들을 못버티게 한다는 것.
하지만 주택을 팔지 않고 보유한 채 규제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다주택자도 적지 않다. 구체적인 가계부채 관리방안이나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이 포함된 주거복지로드맵이 발표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게 다주택자들의 입장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극단적 공급억제책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리스크가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가격안정이 나타날 수 있지만 2년 이상 중장기 관점에서는 오히려 눌린만큼 급등할 수 있다는 것.
오는 10월 분양가상한제까지 도입된다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위축된 재건축시장이 아예 휴업에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을 형성하는 지수는 가격지수와 물량지수 두 개가 있는데 현재 정부는 물량(신규공급)을 크게 줄였다"며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을 원가 수준으로 공급하겠다는 이야기인데 재건축사업장에서는 분양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평가했다.
주택 공급 확대 대책이 없는 점도 중장기적으로 시장 불안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그린벨트 해제지역내 공공주택 건설 방침을 천명했지만 이미 주택지로 쓸 만한 땅은 모두 분양이 끝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 공급량이나 주택의 질에서 과거 '보금자리주택'만큼 시장에 영향을 줄 주택이 나오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집값이 오르는 건 공급을 늘리라는 신호"라며 "8.2 대책 이후 집값이 오르지 않는 것은 거래량 자체가 10분의 1로 급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역사적으로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때를 빼고 서울 집값이 하락한 것은 1990년대 수도권 5대 신도시에서 200만가구 공급물량이 쏟아진 때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