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종 비중 증가로 사교육업체 컨설턴트로 변신
영어유치원 여부부터 독서량까지...로드맵 구성
‘월 2천만’ 고가...“교육 양극화 더욱 더 심해질것”
[뉴스핌=김규희·황유미 기자] 1994학년도, ‘암기력 테스트’인 학력고사를 대체해 처음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됐다. 대학 입시 위주로 이루어지는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시도였다.
수능 도입은 획기적이었다. 암기해서 푸는 것이 아니라 통합 교과서적 소재를 바탕으로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했다. ‘암기 위주’의 사교육은 수능 도입 이후 큰 변화를 겪었다.
하지만 25년이 지난 지금, 수능은 또 다른 ‘학력고사’가 됐다. 정부는 수능 중심의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갖가지 정책을 도입했다. 대학 입학에 있어 수능 비중을 크게 줄였다. 학교생활에 집중시키기 위해 학생부를 강화했다. 또 절대평가 수능 도입을 시도했다.
숱한 교육정책을 겪은 사교육은 수능 정책 변화에 힘입어 새로운 옷을 갈아입고 있다. 바로 ‘입시 컨설팅’이다.
2018학년도 대학 전체 정원의 74%를 차지하는 수시 모집인원은 지난해보다 1만1004명 증가한 25만9673명이다. 이 중 학생부전형으로 86%를 선발한다. 특히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비중이 높다. 입시 컨설팅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사교육 1번지라고 불리는 서울 대치동 학원가. [뉴스핌DB] |
영어 유치원 출신 여부부터...전체 로드맵 구성
컨설팅은 현재부터 고3 때까지 전체 로드맵을 짜는 작업이다. 매우 상세하게 이뤄진다. 지금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영어 유치원을 다녔는지, 해외 거주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평소 독서수준이 어떤지 등 생활 전반을 훑는다.
모의고사 성적이 없는 초·중학생의 경우에는 고등학교 수준의 문제를 제시하고 풀어보게 한다. 만약 영어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판단되면 컨설팅에서 영어 비중을 5% 수준으로 급격히 줄인다. 남는 시간을 국어와 수학에 쏟도록 설계한다.
학습 계획 뿐 아니라 진도도 개인별 수준에 맞게 꼼꼼하게 챙긴다. 현재 진행 중인 학교, 학원 수업 진도를 파악하고 학습 수준을 측정한다.
만약 2주 전에 틀린 문제를 아직 완벽하게 풀어내지 못할 경우 진도를 늦추더라도 이를 해결시킨다. 진도가 느린 학생의 경우 주 6회 수업을 듣도록 해 다른 학생보다 앞설 수 있도록 한다.
학생 특성을 입시에 적극 활용하도록 돕기도 한다. 만약 영어 성적이 뛰어나다면 목표 학과를 영어영문학과로 설정하고 모든 활동을 영어와 관련시킨다. 광화문, 경복궁 등 문화시설을 영어로 설명하는 봉사활동을 시키고, 영어 발표 관련 수상을 늘릴 수 있도록 한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대학 입시학원의 포스터. 오채윤 기자 |
사라지지 않는 사교육...“오히려 양극화만 더 심화될 것”
학종은 오랜 시간 준비가 필요하다. 교과성적은 물론 독서동아리, 봉사활동, 각종 수상경력 등 비교과성적이 필요하다. 여기에 자기소개서, 면접까지 준비해야 한다.
대학별로 요구하는 사항이 다르다보니 학부모는 하나하나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부모는 자신의 무관심으로 인해 자녀가 상위권 대학을 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기 쉽다. ‘입시 컨설팅’ 학원은 이런 불안감을 노린다.
강남구에서 다년간 과외와 학원을 경험한 강사 김모씨(34)는 “강남은 이미 입시 컨설팅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월 1000만~2000만원의 컨설팅비를 받으며 학생들의 학생부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상 양극화가 될 수밖에 없다”며 “수능이 쉬워지면 학종 비율은 늘어날 것이 당연하다. 여유있는 집에서는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학생이 철저하고 세밀하게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대치동에서 10년간 과외 강사로 지내다 3년 전부터 학원을 운영 중인 박모씨(42)는 “(입시 컨설팅은) 학원과 학부모 모두에게 윈윈이다”며 “돈 벌려는 학원과 불안에 떨고 있는 학부모들의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운영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 씨는 “돈 많은 가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자녀에게 최고의 기회를 주고 싶으나 돈이 없는 서민에게 큰 고통을 안긴다”며 “이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당부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