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황수정 기자]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인간은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
연극 '타지마할의 근위병'(연출 이종석)은 타지마할 궁전을 배경으로 아름다움에 대한 본질적 의미를 이야기한다. 작가 라지프 조셉이 17세기 인도 아그라의 황제 샤 자한이 그의 아내를 추모하기 위해 건축한 타지마할에 얽힌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한 작품이다.
2인극인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원칙을 중시하는 '휴마윤'과 호기심 많고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바불'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오랜 친구이자 타지마할의 근위병. 16년 만에 타지마할이 공개되는 첫날, 더이상의 아름다움이 나타나지 못하도록 인부 2만 명의 손 4만 개를 잘라야 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휴마윤은 황실 근위대 총사령관의 아들로, 황제에게 충성을 다하는 원칙주의자다. 반면 바불은 근위병임에도 불구하고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즉흥적인 성향을 가졌다. 두 사람은 오랜 우정을 자랑하지만, 다른 가치관으로 인해 하룻밤의 임무 수행 후 극과 극의 반응을 보인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4만 개의 손을 자르라는 명령. 휴마윤은 그저 "임무를 수행한 것뿐"이라고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러나 바불은 "내가 아름다움을 죽였다"며 한없이 괴로워하고 아파한다. 휴마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려 하지만, 바불은 나약함을 숨기지 못하고 절망감에 빠져버리고 만다.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부당한 권력 아래 인간성을 저버린 두 사람. 이후의 반응에 대해 누가 옳고 그른 지 판단할 수 없다. 그들 또한 황제의 폭력 속 피해자일 뿐.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제도와 권력에 무력하기만 한 400여 년 전 인도의 두 사람은, 2017년 우리네 단면과 다를 바 없다. 인간을 오로지 도구, 소모품으로만 여기는 샤 자한 황제는, 지금 현재에도 여전히 존재하니까 말이다.
이들의 잔혹한 현실은 무대 장치로 더욱 극대화 된다. 두 사람이 과거의 추억과 상상력 속의 발명품을 이야기하며 즐겁게 보초를 섰던 높은 성벽은 핏물이 가득찬 지하감옥으로 바뀐다. 경악스러울 정도로 바닥에 출렁이는 핏물은 희미하게 상상만 하던 관객들에게 더욱 현실감을 주고, 권력의 공포를 피부로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죄책감에 사로잡힌 그들에게 '하렘'의 근위병이라는 달콤한 보상이 찾아온다. 전례없는 초고속 승진은 그만큼 앞선 임무가 비이성적이었음을 보여준다. 휴마윤과 바불은 가고 싶어 했던 하렘에 발을 딛기도 전에, 더 큰 비극을 맞이하게 된다. 어째서 아름다움은 아픔 없이 지킬 수 없으며, 희생양인 두 사람조차 비극적인 결말을 맞아야 하는 것일까.
'타지마할의 근위병'은 아름다움의 이면에 숨겨진 믿기 힘든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두 배우의 완벽한 호흡은 관객들이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짧지 않은 공연 시간이 단숨에 지나갈 정도로 적절한 긴장감을 끝까지 놓지 않는 점도 좋다. 오는 10월 15일까지 대명문화공장 2관에서 공연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사진 달 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