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우리의 아픈 역사가 또 한 번 스크린에 펼쳐졌다.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아이파크몰CGV에서는 영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귀향2)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에는 메가폰을 잡은 조정래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지희, 강하나가 참석, 작품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귀향2’는 지난 2016년 개봉한 ‘귀향’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나눔의 집에서 제공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영상을 더해 만든 일본군 위안부 영상 증언집이다.
이날 조정래 감독은 “정말 많은 국민이 도와줘서 기적을 일궈낸 영화가 ‘귀향’이다. 360만 명에 가까운 분이 한국에서 봐줬고 전 세계 10개까지 61개 도시를 돌면서 상영회를 했다. 지금까지 9만2000회가 넘게 상영됐다. 저는 한 번 상영될 때마다 한 분의 영혼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기분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귀향’이 개봉하고 많은 외국 분이 가장 많이 물었던 게 사실이냐였다. 그때부터 이번 영화를 바로 준비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이 문제를 다시 알리고 할머니들이 겪으신 끔찍했던 고통과 고충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전작 ‘귀향’ 개봉 후 가장 크게 달라진 점도 언급했다. 조 감독은 “가장 달라진 점은 이 영화가 교부가 돼서 정말 많은 분이 이 문제를 직시하고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귀향’을 보고 많은 분이 이 일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얼마 전에는 소녀들이 어떤 고초를 겪었는지 알게 해줘서 고맙다는 손편지를 받았다. 여전히 괴롭지만 작은 보람을 느낀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 변하지 않은 일본의 태도에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아직 이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본편 개봉 당시 마흔여섯 분이 살아계셨는데 지금은 서른다섯 분만 계신다. 너무 안타깝다”며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영화 속에 있는 시스템과 그걸 만들어 운영한 일본 제국주의자들이다. 그들은 지금도 뻔뻔하게 사죄와 공식적 배상을 하지 않고 있다. 반드시 사죄해라. 당신들이 아닌 당신들의 미래, 후손을 위해서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귀향’에 이어 또 한 번 힘을 보탠 강하나와 박지희는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마음 아파했다.
강하나는 “이옥선 할머니가 거기는 위안소가 아니라 사람을 잡는 사형장 같았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 위안소에서 있던 소녀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끔찍했던 일이었을까 싶었다. 그 소녀들이 힘들고 고통스럽게 살았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털어놨다.
박지희 역시 “김학순, 강일출 할머니가 가장 많이 하신 말씀이 ‘후세에는 절대 이런 전쟁 범죄가 일어나서는 안된다’였다. 후세를 살아가는 학생이자 소녀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게 됐고, ‘아리랑’을 부르는 제 목소리가 할머니의 위로가 되고 그 한을 달랠 힘이 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반면 조 감독은 할머니들이 피해 장면을 담는 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조 감독은 “남자 감독으로서 이 영화를 만들 자격이 있느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한동안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할머니들이 겪으셨던 실제적 일을, 문화적 증거로 만들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표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영화를 만들고 나눔의 집 할머니들께 가장 많이 보여드렸다. 할머니들이 고통스러워하시지 않을까 떨리고 힘들었다. 하지만 ‘너무 고맙고 고생했다’면서 ‘내가 겪은 일의 100분의 1도 표현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혹여나 해당 장면을 자극적으로 바라볼 관객들에게 “감독 개인으로서 힘든 고통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 만약에 불편함과 아팠던 부분이 있다면 10배 1000배 되는 고통을 살아서 죽어서도 겪고 갚아 나겠다. 하지만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영화를 볼 때 여성의 몸을 보지 말고 고통을 봐줬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조 감독은 “지금 전쟁 범죄로 규정된 일본군 성매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이 자리에 있지만, 현재 이 나라는 범죄 뺀 전쟁이다.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태고 전쟁 바로 직전 상태다. 지금이라도 전쟁을 하려는 사람은 그만둬라. 우리 영화를 만든 또 다른 목표는 전쟁을 막는 도구로 활용되는 거다. 이 영화를 보면 전쟁의 참혹함을 알게 된다. 전쟁을 막는 바이러스로 무섭게 퍼져나갔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강하나 역시 “이 영화가 평화의 징검다리가 됐으면 좋겠다”며 “계속해서 관심 가져달라. 슬프고 아픈 역사를 기억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보고 많이 화가 나고 힘들면 울어 달라. 그게 조금이나마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는 게 아닐까 한다. 그래야 문제 해결도 이어질 거다. 우리와 함께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귀향2’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커넥트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