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성장률 전망치 반토막..집값 수년간 정체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의 결과가 사실상 시계제로인 상황에 월가가 영국에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 주택 가격이 앞으로 수 년간 제자리 걸음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시된 한편 기업이익 성장률 전망치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브렉시트 상징 머그컵 <출처=블룸버그> |
협상의 방향을 정확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영국의 EU 탈퇴가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올해 상반기 영국 기업들의 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전망치가 지난해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에 제시된 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는 영국 기업의 내년 이익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UBS는 22일 2018년 이익 성장률이 7.2%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올해 예상치인 19%를 크게 밑도는 것은 물론이고 지난해 6월 내놓은 수치의 절반 수준이다.
브렉시트로 인해 상당수의 기업들이 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있어 중장기 성장 전망은 더욱 흐리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버버리가 트렌치 코트 생산 라인에 투자하기로 했다가 계획을 접었고, 자동차 업계의 올해 상반기 투자 규모는 75% 급감했다. 투자 위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상반기 영국 기업의 순이익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20% 가량 늘어난 것은 파운드화의 급락으로 인해 수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브렉시트로 인한 중장기적인 불확실성을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UBS의 닉 넬슨 유럽 주식 전략 헤드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런던의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브렉시트로 인해 부동산 시장에 패닉이 몰려 올 가능성은 낮지만 집값 상승에 중장기적으로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23일 블룸버그의 조사에 따르면 14명의 이코노미스트 가운데 10명이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집값이 수년간 정체될 것으로 예상했다.
천정부지로 뛰었던 런던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한풀 꺾이는 모습이다. 시장조사 업체 라이트무브에 따르면 8월 주택 매도 호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 1.6% 오르는 데 그쳤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19년까지 집값 상승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팬던 매크로이코노믹스 역시 영국의 EU 탈퇴가 런던 주택 시장에 추세적인 반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 불확실성이 크게 고조된 한편 영국 경제 전반에 대한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팬던은 올해 영국의 전국 집값이 1.5% 상승할 것으로 보이지만 런던의 상승폭은 이에 못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헤터로노믹스의 필립 러시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정치권의 난기류가 주택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며 “런던 집값이 고평가된 만큼 의미 있는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