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경로 파악 안돼 소비자 불안 가중
계란 껍질 바코드 확인하는 수밖에 없어
[뉴스핌=전지현 기자] '살충제 계란'은 어디서 팔렸을까.
정부의 산란계 농장에 대한 전수조사가 17일 완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는 정확한 유통 경로에 대해선 추후 파악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소비자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국산 계란에서 맹독성 살충제 ‘피프로닐’ 성분이 검출되면서 전국적으로 계란 판매가 중단됐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마트에서 판매되는 김밥에 계란이 빠져 있다. /이형석 기자 leehs@ |
17일 정부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전국 산란계 농장 중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날 오전 5시까지 검사가 완료된 876개 농장(전체 1239개 농장) 중 31곳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문제의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이 어느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팔렸는지를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전부 다 조사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 (각각의 농장이 어디로 유통했는지는) 최종적으로 조사해 발표할 예정이나 (발표)시점을 확언할 수 없다"며 "소비자 및 관련자들은 껍질에 찍혀있는 번호를 통해 문제가 된 계란인지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선 소비자가 스스로 계란 껍데기에 찍혀있는 코드를 확인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농가들이 생산한 계란이 어디로 유통됐는지 추정조차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번 전수검사를 위해 유통채널(대형마트, 수집판매업체, 집단급식소 등 162건)과 생산농가로부터 계란을 수거했다.
정부가 발표한 살충제 성분 검출 31개 농가 중 2곳(시온농장, 정화농장)은 유통채널에서 수거한 계란. 하지만 해당 농가는 생산 계란 전량을 해당 유통채널에만 공급하지 않았다.
실례로, 시온농장(신선대란 홈플러스)은 홈플러스에 납품한 계란이 전체 생산물량의 50% 정도였다. 나머지 50% 물량은 어떤 유통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판매됐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는 의미다.
또 다른 살충제 검출 농장인 정화농장은 식용란수집판매업체인 녹색계란 브랜드 '부자특란'에 계란을 납품했다. 부자특란 외 어디에 물량을 공급했는지 정부의 최종 발표 전까지 파악할 수 없다.
그나마 유통채널을 통해 수거한 농가는 상황이 나은 편이다. 나머지 29개 농가는 정부가 생산지로부터 직접 수거한 계란이기 때문에 농장주의 거래처 내용을 파악해야만 유통경로를 알 수 있다.
업계에서는 상당수 살충제 계란이 동네 슈퍼, 소규모 음식점, 재래시장 등으로 유통됐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현재 살충제 성분 계란은 경기권에만 30만개가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발표할 때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장과 우리가 거래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홍재 대한양계협회장은 이날 사과문을 통해 "계란산업 여건이나 생산농가의 입장을 떠나 살충제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에 참담한 심경"이라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소수의 농가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모든 농가가 함께 책임지고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사과했다.
한편, 국내 주요 대형마트가 공급받는 계란 농장은 ▲이마트 30여곳▲롯데마트 50곳 ▲홈플러스40곳. 이중 17일 오후 1시 기준, 이마트(약 6곳), 롯데마트(30곳) 등이 전수 조사 결과 '이상없음'으로 확인돼 판매를 재개했다. 이 밖에 편의점업계에선 GS25와 GS수퍼마켓에 계란을 공급하는 모든 업체가, CU는 제주지역이 적합판정을 받았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