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8월 14일 피해자 김학순 할머니 최초 증언
이날 기억하기 위해 정대협 '세계 위안부의 날' 지정
[뉴스핌=황유미·심하늬 기자] "종군 위안부를 운영한 사실이 없다는 일본 측의 얘기를 들을 땐 억장이 무너진다"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첫 증언.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는 1990년대 일본 정부의 '위안부는 없었다'는 주장에 분노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기로 결정합니다.
1991년 8월 14일 김 할머니는 대중 앞에서 50여년 전 자신이 당했던 참혹한 이야기를 힘겹게 꺼내놓습니다. 이날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초로 국제 사회에 제기된 날이 됐습니다.
이후 세계 곳곳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알리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은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2012년 12월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정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알리고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위안부 피해자는 정부로부터 외면받았습니다.
2015년 12월 28일 타결됐던 한·일 위안부합의조차,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됐습니다. 합의에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 문구가 포함돼 있었습니다. 보상인지, 배상인지 성격조차 애매한 일본 정부의 출연금 10억엔을 놓고 논란도 이어졌습니다.
이런 분위기는 2017년 5월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바뀌기 시작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놓을 정도로 이 문제에 관심을 표했습니다.
지난달 19일에 발표된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는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 지정,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연구소'(가칭) 설치, 국립역사관 건립 계획이 포함됐습니다.
2017년 8월 14일. 올해로 5회째를 맞는 세계 위안부의 날, 위안부 기림일.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이날을 기억하기 위한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정대협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 손바닥 크기의 '작은 소녀상' 500개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고 기리는 조형물입니다.
오후 6시에는 최근 음반을 낸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의 노래 공연 등이 포함된 문화제 '나비, 평화를 노래하다'도 개최됩니다.
현재, 국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생존자는 37명. 살아계신 할머니들조차 고령인데다 건강까지 좋지 않은 분들이 많으십니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오직 '미안하다'는 일본의 진심어린 공식사과.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일본의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