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저항자들의 눈물의 외침, ‘공범자들’이 베일을 벗었다.
9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공범자들’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박해진 전 MBC아나운서의 사회 아래 최승호 감독, 김민식 MBC PD, 김연국 MBC 기자(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성재호 KBS 기자(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가 자리,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이날 최승호 감독은 “지난 9년 동안 공영방송인 KBS, MBC가 어떻게 점령돼 갔는가, 그 과정에서 어떤 싸움과 희생이 있었는지 기록으로 보여준 영화”라고 ‘공범자들’을 소개하며 “국민에 의해 만들어지는 방송사이기 때문에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결국 영화라는 수단을 써야한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영화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을지 고민했지만 도전했다. 오늘 그 결과물을 보셨다”고 운을 뗐다.
이어 편집 과정에 대해 “많은 자료 화면을 편집하는 게 지난한 과정이었다. 또 저는 당사자다. 그래서 제 판단을 믿기 힘든 상황도 있었다. 그 부분은 윤성민 편집자가 판단해줬다. 많은 보완을 해줬다”며 “편집 과정도 힘들었다. 9년 동안 겪은 일을 다시 되새겨야 했기 때문이다.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자신을 지키려는 모습, 할 수 있다면 들어가서 위로하고 싶은 마음으로 편집했다”고 회상했다.
MBC의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일 김재철·안광한 전 MBC 사장, 김장겸 MBC 사장, 백종문 MBC 부사장, 박상후 MBC 시사제작 부국장 등 5명이 ‘공범자들’에 상영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공범자들’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초상권,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최승호 감독은 “이분들이 영화의 주연급이자 주요 비판 대상”이라며 “11일에 재판이 열린다. 물론 기각이 돼야 하지만, 겸허한 마음으로 결정을 기다리겠다. 확실한 건 영화에서 그분들을 비판하는 내용은 근거가 명확하다. 영화 안에 제시되지 않은 건 이미 여러 형태로 반복해서 회자된 내용이다. 아주 새롭게 과거에 없던 내용을 주장하는 건 없다. 모든 국민이 아는 내용이 영화에 담겨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또 공영방송을 무너뜨리려고 한 주범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최승호 감독은 “끝판왕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그래서 공범자들을 쭉 만난 후에 이명박 전 대통령한테 가서 질문한 거다. 그는 2008년 집권한 이후 공영방송을 권력으로 장악하는 계획을 실행에 옮겼고 결국엔 언론 장악을 완성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언론 장악을 그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물려줬고 최종적으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김민식 PD는 반성의 눈물을 쏟아냈다. 그는 “영화를 보면 매번 부끄럽다. 전 제가 공범자라고 생각한다. 2012년 파업에 실패하고 마지막에 노조 집행부 안에서 격한 논쟁이 붙었다. 파업을 접자는 온건파와 퇴직자를 두고 갈 수 없다는 강경파였다. 전 온건파, 이용마 기자는 강경파였다. 제가 예능 PD로 10년, 드라마 PD로 10년을 살았다. 당연히 예능, 드라마 PD 조합원 입장으로 들어갔다. 그 당시 ‘무한도전’이 6개월간 결방됐다. 드라마도 그랬다. 예능. 드라마 PD들이 계속 가면 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김 PD는 암 투병 중인 이용마 기자를 떠올렸고 눈물을 흘린 것. 그는 “이용마 기자는 지난 5년간 보도국 기자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봐 왔다. 그때 나는 현장을 지키기 위해 드라마 B팀 PD로 일하면서 살았다. 그 친구는 속이 썩었지만 난 그 안에서 잘 살았다. 드라마 연출 하면서 잘 살았다. 내가 과연 저항자일까? 이용마 기자 말대로 싸웠으면 이렇게까지 회사가, 우리가 망가졌을까 항상 생각한다. 부끄럽다. 그래서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죄 갚는 심정으로 임했다”며 오열했다.
정권이 바뀐 후 현 상황이 나아졌냐는 질문에는 KBS와 MBC의 입장을 각각 들을 수 있었다.
먼저 KBS 상황은 성재호 기자가 설명했다. 그는 “오기 전에 남부지방 법원 재판에 들렀다.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냈다. 회사에 새로운 현수막 네 개를 걸었는데 치우라는 거다. 수신료 받아서 그렇게 사용하고 있다”며 “7주째 사장 얼굴을 못봤다. 퇴근하는 날 주차장에 숨어있었더니 다른 곳으로 나갔더라. 숨바꼭질 중이다. 그래서 조만간 집단적으로 고민하려 한다. 빨리 쫓아내서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김연국 기자는 “MBC 문제에 대해서 관심 갖고 계신 분들은 어제 기사 봤겠지만, 블랙리스트 문건 두 개가 폭로됐다. 노조가 입수해서 공개한 거다. 카메라 기자 65명을 네 개의 등급으로 분류했다. 2012년 파업 이후 사측과 권력은 MBC를 무력화시키고 파괴하는 데 집중했다. 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았고 파업했느냐, 충성 했느냐로 평가했다. 알고 있었지만, 피가 솟구쳤다”고 분노했다.
이어 김 기자는 “정권이 바뀌었으나 달라진 건 없다. 사장 임기가 2020년까지다. 물론 공영방송 사장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제 역할을 다할 때다. 권력, 재벌 외압 막아주고 청와대 전화도 뭉개고 방송 제작을 자유롭게 하도록 우산이 돼주는 거다. 지금 김장겸은 그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앞장서서 우리를 분류하고 격리시키고 권리를 짓누르고 억압한다. 이 모든 노력 우리 지난 몇 년간의 세월이 헛되지 않게 도와달라. MBC, KBS가 내 재산 내 것이라 여기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마이크를 잡은 김민식 PD는 “이 영화는 관객이 엔딩을 바꿀 수 있다. 악당을 물리치는 현실에서의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어떤 분이 그러더라. 김장겸이 언제 나갈 거 같냐고. 그래서 모른다고 했다. 다만 이 영화가 100만, 200만이 넘으면 그 시기가 빨라질 거다. 300만이 넘었는데도 그 자리에 있다면 병원으로 모셔야 한다. 모쪼록 많은 분이 봐주시고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공범자들’은 KBS, MBC 등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들, 그리고 그들과 손잡은 공범자들이 지난 10년간 어떻게 대중을 속여 왔는지 그 실체를 생생하게 다룬 다큐멘터리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자백’을 연출한 최승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7일 개봉.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 <사진=뉴스타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