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심상정, 정치 2선에서 자기 정치 주력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변화 및 당 불안정이 원인"
[뉴스핌=조세훈 기자] 역대 대선에 나섰다 패장이 된 정치인들은 대부분 상당 기간 칩거를 거친 뒤 정치권으로 복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그랬고 가깝게는 문재인 대통령까지 이런 공식에 충실했다. 그러나 지난 5월 9일 19대 대선에 출전했던 패장들의 풍경은 사뭇 다르다. 짧은 숨고르기를 끝으로 당 대표에 나서거나 자기 정치를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가 종료된 9일 오후 각 정당의 대선후보들이 당사 및 선거상황실을 찾아 소회를 밝혔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 |
역대 최다 표차로 2위를 기록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41일 만인 지난 6월 18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고 7·3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쥐는데 성공했다. 낙선 직후 미국으로 건너갔다 두 달도 안 되는 기간에 당권을 장악하고 '친홍계(친홍준표계)' 인사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정치 일선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홍 대표에 이어 3위로 낙선한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도 3일 8·27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선 직후 잠행 중이었던 안 전 대표는 '제보 조작'사건에 대한 검찰조사가 마무리되자마자 본격 행보에 나섰다. 동교동계 중진 인사와 당내 대다수 의원들의 반발에도 출마 의지를 굽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4위와 5위를 기록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심상정 전 정의당 대표는 당직을 맡지 않고 정치 2선으로 물러나 있지만 이들 역시 '칩거' 대신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다.
유 의원은 3일 강원 춘천에서 “당분간 백의종군하겠다"며 "서울시장은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이미 밝혔고, 당직을 맡아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생탐방 ·토크쇼 참석 등의 정치행보를 재개했고, 강원도 군부대도 방문했다.
심 전 대표는 지난달 11일 모든 당직을 내려놓았지만 당내 청년 조직 기반을 다지는 등 당 조직 강화에 힘을 쏟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역대 패장들의 모습과 정반대의 모습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2년 3당 합당을 한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이듬해 영국으로 떠났다.
모두 세 차례 대선에 도전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도 두 번째 낙선 뒤인 2002년 1월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 교환교수 자격으로 출국했다가 이듬해 10월 귀국했다. 상당 기간 칩거의 시간을 보낸 후 정치 1선에 복귀한 것이다.
이 밖에 이인제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은 1997년 대선 패배 후 6개월 동안 미국에서 머물다가 다음 총선에서 당선됐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패배한 후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2009년 정계에 복귀했다.
문 대통령도 2012년 18대 대선 패배 후 6개월 간 숙고의 시간을 갖은 후 2013년 6월 기자들과의 산행에서 정치 활동 재개를 선언한 이후 2015년 2월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에 당선됐다.
예전과 다른 패장의 행보는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변화, 당의 불안정 등이 복합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당내 불안정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며 "바른정당과 정의당은 지지율을 떠나 당내부 자체는 안정적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윤 실장은 "양당제에서 다당제로의 정치환경의 변화도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며 "양당구도 하에선 대선 후보들을 대신할 중량급 인사들이 많다. 대체가능한 유력 인사가 있었다면 홍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올 생각을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