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레드 위기 이후 최저치..월가 '수수께끼'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2008년 미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도입된 선진국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종료 수순을 맞으면서 최근 미국과 독일을 필두로 금리가 상승 탄력을 받았지만 신용 스프레드가 위기 이후 최저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주목된다.
신용시장의 차분한 움직임은 무엇보다 2013년 소위 테이퍼 발작 당시와 커다란 대조를 이룬다.
국채 수익률과 스프레드 <출처=블룸버그> |
13일(현지시각)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하이일드 본드의 동일 만기 국채 대비 수익률 스프레드가 2주 전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매파 발언 이후 불과 5bp 오르는 데 그쳤다.
뿐만 아니라 유로화와 달러화 표시 우량 채권의 스프레드는 오히려 좁혀졌다. 주요국 금리가 일제히 상승세로 가닥을 잡았지만 신용시장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지난 2013년과 2015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에 채권시장 전반에 무질서한 매도가 펼쳐졌던 것과 상이한 움직임이다.
금리 상승의 배경에 대한 낙관적인 해석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성장률 상승과 완만한 인플레이션,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기업 부채 상환 능력이 신용시장의 저항력을 설명할 수 있는 해답이라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의 마티 영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리 상승이 경제 성장과 리스크 선호도 향상에 따른 것이라면 신용시장의 스프레드가 축소될 수 있다”며 “2013년 스프레드가 벌어졌던 것은 정책자들의 예기치 못했던 매파 움직임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 삭스의 분석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역사적으로 우량 회사채의 수익률이 미국 국채와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 반면 투기등급인 BB 등급 회사채는 국채 수익률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것.
달리 말하면, 과거 국채 수익률 상승에 따른 파장이 신용 스프레드의 하락으로 상쇄됐고, 이와동시에 채권의 쿠폰 수입은 금리 상승에 따라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한 반박도 없지 않다. 씨티그룹은 투자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 전망치와 시장 금리에 근거한 경제 성장률이 최근 신용시장의 낙관론을 뒷받침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주장했다.
보다 강력한 경고도 나왔다. AXA 인베스트먼트의 크리스 이고 채권 투자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채권시장 전반에 투매가 쏟아지면서 금리가 상승하는 동시에 스프레드가 치솟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은행(IB)은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가 신용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을 제기했다. 연준이 4조5000억달러 규모의 대차대조표를 줄이기 위해 우량 채권을 시장에 쏟아낼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하이일드 본드가 투자등급 채권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밖에 UBS는 미국과 유로존의 통화정책 정상화에도 ‘신용 잔치’가 지속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이 비전통적 정책 수단을 걷어들여야 하는 정책자들에게 커다란 고민거리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