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취직자 경력 87.4% ‘신입의 7배’
“경력을 쌓으려면 취업해야 하는데
경력이 없어서 취업을 못해” 하소연
기업, 신입 교육·투자보다 경력 선호
[뉴스핌=황유미 기자] "다 경력직 뽑으면 나 같은 신입은 어디서 경력 쌓나?"
한 방송프로그램의 취업을 다룬 콩트에서 출연자가 한 이 말은 많은 취준생들의 공감을 샀다. 지난달 구직현장에서도 경력 취업자가 신입 취업자의 7배의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바이트 구직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취준생들은 바늘구멍이 되어가는 취업현실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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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신촌 대학가에 위치한 카페. 대학생들이 계절학기 수업 자료나 토익 책, 자격증 수험서를 펴놓고 공부를 하고 있다. |
고용노동부가 최근 공개한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17년 6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를 뜻하는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 취득자는 52만9000명이었다.
이 가운데 경력 취득자가 46만2000명으로 전체 취득자의 87.4%를 차지했다. 6만6000명에 불과한 신입취득자보다 7배 많았다. 신입 1명을 채용할 때 경력직은 7명을 채용한 것이다.
서울 4년제 대학 졸업반인 김모(남·28)씨는 "어학연수를 다녀오고 토익점수 다 채운 후 유통업계에 입사 지원을 하고 있다"며 "경력이 없어서 '신입'을 뽑는데 지원하고 있지만 막상 면접에 가면 관련 경력과 경험을 물어보는 등 경력직이나 다름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2월 졸업한 박모씨(여·27) 역시 "이력서에 업무 관련 경험·경력을 적으라는 칸이 따로 있을 정도로, 신입들은 서류전형부터 막히는 것 같다"며 "경력이 없어서 떨어지고 회사는 경력직을 원하고 막막할 따름"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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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에서 열린 '히어로 양성사업 매칭데이'에서 취업 준비생들이 구인업체 관계자와 면접을 보고 있다. [뉴시스] |
구직자들이 경력을 쌓으려면 취업을 해야 하는데 경력이 없어서 취업을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선호는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들이 비용절감 노력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신입사원을 교육하는 데 따른 비용과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구직 시장에서조차 경력 선호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고용주 213명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4.5%가 "알바생 모집 시 경력이 있는 지원자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경력이 있는 알바생을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교육에 들어가는 시간이 절약될 것 같아서'(63.3%) '신입보다 일을 잘 할 것 같아서'(37.2%) '업계 트렌드, 분위기 등을 잘 알 것 같아서'(26.1%) 등 답변이 나왔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분석팀장은 "임금근로자로 처음 진입하는 초기 연령대의 취업구직난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걸 보여준다"며 "기업들이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을 선호하고 신입을 교육시키는데 투자를 꺼려하니 경력직 선호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