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지표 부진·과열 현상·통화정책 차별화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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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이홍규 기자] 국제 유가 하락과 각종 정치 혼란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저치를 기록 중인 신흥국 증시의 낮은 변동성 주목받고 있다. 이젠 신흥시장이 안정적인 투자처가 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다.
가라 앉은 신흥시장 변동성이 하반기에 다시 확대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에도 이 같은 이례적인 현상은 지속할 수 없었지만, 최근 신흥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선진국의 경제 지표 부진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선진국과 신흥국 중앙은행 간 통화정책 차별화가 일방향으로 움직였던 자금 흐름에 변화를 줘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 28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MSCI(모간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 신흥국 지수의 옵션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신흥국 증시의 내재변동성은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현재 신흥시장 변동성은는 2011년 10월 고점에서 무려 78%나 급락한 것으로 2014년 말보다도 50% 이상 낮다.
이는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른 자산 가격 상승과 저금리에 의한 수익률 추구 현상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진단이다. 통상 자산 가격이 상승하고, 투자자들이 옵션 프리미엄 수익을 얻기 위해 변동성 매도 포지션을 취하면 변동성은 낮아진다.
그러나 이 같은 신흥국의 저(低)변동성 현상이 하반기까지 이어지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우선 지금처럼 변동성이 극도로 낮았던 과거의 경우를 보면 이후 신흥국 증시에서 매도세가 나타난 것을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르네상스캐피탈에 따르면 변동성이 높았던 2011년과 2012년 그리고 작년 1월에 신흥국 주식 매입한 투자자들은 이후 6개월간 수익을 올렸지만 변동성이 낮았던 2013년 5월과 2014년 7월, 재작년 6월에 투자한 참여자들은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 이에 파이낸셜타임스는 신흥국 증시에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신흥국 시장 ETF 변동성지수 <자료= CBOE> |
◆ 선행 지표 부진·과열 현상·통화정책 차별화
신흥국 경기의 가늠자 역할을 하는 선진국의 경기 지표가 최근 부진하게 나오고 있는 것도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는 요인이다. 특히 미국의 내구재 주문 지표 결과는 수출 비중이 큰 신흥국 경기에 2~3개월 선행한다는 점에서 증시 전략가들이 유의 깊게 보는 지표다. 그러나 지난 5월 미국의 내구재 수주는 작년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에 UBS의 브하누 바웨자 신흥시장 이종자산 전략 책임자는 "신흥국 증시의 수익률 안전성이 지속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면서 "선행 지표들이 부진하다. 앞으로 신흥국 증시의 저변동성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객들에게 신흥 증시 매도세에 대비해 헤지 상품을 매입하라고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투자은행(IB) 전문가들은 하반기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을 서두르며 신흥국과 통화정책 운용면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그간 신흥 증시의 강세를 주도했던 주요 변수에서 변화가 생기는 것으로,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이 때문에 하반기 변동성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블랙록의 파블로 골드버그 신흥 시장 채권 리서치 책임자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신흥국으로 채권 자금 유입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면서 "그동안 신흥국 자산의 투자 수익률을 이끈 건 우호적인 글로벌 환경과 신흥국의 순환적 경기 회복이었는데 하반기에는 이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떨어진 것은 투자자들이 선별적인 투자에 나서 상쇄 효과가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예전 투자자들은 MSCI 신흥국 지수 내 23개 국가들을 동일한 투자 대상으로 봤지만 이제는 국가 별로 차별 취급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낮다고 해서 모든 신흥국 증시의 변동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반박한다. 한국 코스피는 올 들어 17.9% 올랐지만, 러시아 미섹스(MICEX)는 16.7% 떨어졌다.
투자 실적이 부진한 국가을 제외한 신흥국 증시들이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는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일제히 입을 모았다.
크레디트스위스의 필립 리시바흐 투자 전략가는 "신흥국들의 가격 매력이 1년 전보다 크지는 않다. 상승세가 중단될 이유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상쇄 효과론'을 제기한 피켓자산운용도 최근 분위기는 되돌릴 여지가 있다고 경계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