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영석, 박정원, 박시환 |
[뉴스핌=이지은 기자] 웹툰 ‘찌질의 역사’가 무대로 옮겨졌다. 제목 그대로, 작품 내내 남자 주인공 민기는 찌질한 대사들로 매순간 야유를 산다. 그런 민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주인공들이 바로 박정원·박시환(30), 강영석(26)이다.
김풍‧심윤수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찌질의 역사’는 20대에 막 접어든 청춘들의 연애담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세 남자가 연기하는 민기는 연인의 잘못은 무조건 짚고 넘어 가야 하고 연인의 전 남자친구와의 ‘진도’에 집착하는, 서툰 감정을 ‘찌질’하게 표현하는 캐릭터이다.
“웹툰 시즌1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웹툰이 뮤지컬로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듣고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일상적인 소재의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서 더 끌린 게 커요.” (강영석)
“‘찌질의 역사’ 전에 웹툰 원작인 ‘무한동력’을 해본 적이 있는데, 웹툰 자체를 무대로 옮긴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찌질의 역사’도 조금의 부담감은 있었죠. 그런데 하면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 온 작품이 우울한 소재가 많았거든요. 소재가 코믹적인 부분이 커서 저한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죠.” (박정원)
“전 사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작품 속 민기는 외향적인 성격인데, 제 실제 성격은 내성적이거든요(웃음). 하지만 창작 뮤지컬이라는 부분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어요. 같이 작품을 만들어 가면 배울 수 있는 부분도 많을 거라고 생각했죠.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캐릭터와 공연이라서 끌린 부분이 커요.” (박시환)
'찌질의 역사'에서 민기 역을 맡은 박시환 |
‘찌질의 역사’에서 민기는 설하(김히어라‧정재은 분)와 세 번의 연애를 한다. 대학교시절 짝사랑한 권설하, 사회 초년생에 만난 윤설하, 그리고 최설하까지. 민기는 첫사랑 권설하를 잊지 못하고, 현재의 연인에게 온갖 실수를 저지른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찌질하게’ 표현된다.
“민기라는 캐릭터는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어요. 하지만 이해갔던 부분은 있죠. 다시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놓고 또 다시 사랑에 빠지는 민기를 보면서 제 경험이 떠올랐어요. ‘사람은 다 똑같구나’ 했죠. 하하.” (박정원)
세 사람은 똑같은 캐릭터를 연기한다. 하지만 각기 다른 각자의 경험담이 조금씩은 녹아있을 터. 그래서인지 표현되는 찌질함도, 애절함도, 사랑하는 연인 앞에서 무너지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극 중에서 (박)시환이 형이 소리 지르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정말 마음에 들어요. 실제로 민기라는 캐릭터가 존재한다면, 시환이 형처럼 소리를 지를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부분을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더라고요.” (강영석)
“시환이나, 영석이가 하는 연기를 다 봤어요. 이 친구들이 하는 연기를 보면서 좋은 점은 연습 해보는 편이에요(웃음). 하지만 안 맞으면 제 스타일에 맞게 바꾸기도 하죠. 많이 배우고 있어요. 그리고 연기 하면서 실제 경험이 생각나서 더 몰입이 되고, 그걸 표현할 수 있더라고요.” (박정원)
강영석이 무대에서 눈물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이번 작품은 창작뮤지컬이지만, 199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하는 만큼 당시 히트곡을 절묘하게 매치시켰다.
“사실 가요 가사들이 함축적이잖아요. 저희가 연기하는 상황이랑, 가요의 가사들이 다 맞지는 않은데 표현 하나로 관객들을 이해시켜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죠. 그래도 이 작품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넘버는 ‘짱가’라고 생각해요. 가사에 ‘내가 준 선물 다 가져와, 새로 생긴 애인 줄 거야’라는 대목이 있어요. 정말 찌질하죠? 이 노래 가사 그대로 행동하는 게, 바로 민기에요. 민기의 메인 테마곡이죠.” (강영석)
120분이라는 공연 시간 동안, 민기를 연기하는 박정원‧박시환‧강영석은 여자 관객들의 야유를 받는다. 하지만 세 배우 모두 “오히려 야유 받을 때 기분이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현장에서 반응은 절반 이상이 야유에요. 근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객석에서 야유가 쏟아질 때 ‘아, 내 연기가 통했구나’라는 희열을 느껴요(웃음). 작품에서 제가 울 때, 저를 보는 관객 분들은 웃었으면 좋겠어요. 찌질함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것. 이게 바로 ‘찌질의 역사’가 전하는 메시지인 것 같아요.” (강영석)
“저희가 정말 진지하게 연기할 때, 관객들은 웃음을 터뜨려요. 그런 반응을 볼 때 제가 하고 있는 연기에 확신을 얻어요. 관객들의 반응이 곧 저희가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죠.” (박시환)
“맞아요. 진심을 담아서 연기하면 더 큰 야유가 쏟아지고, 더 큰 웃음이 나와요. 진실되게 표현해야 ‘찌질의 역사’가 더 좋은 작품이 되는 것 같고요.” (박정원)
작품 속에서 열연 중인 박정원 |
공연계에서 탄탄한 연기력과 안정적인 가창력을 인정받은 박정원. 그리고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쌓아 가고 있는 강영석과 박시환까지. 각자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목표는 한 곳을 향하고 있다.
“조금은 추상적인데, ‘박정원’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서 저만의 향기, 존재감을 실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마치 최민식, 하정우 선배님들 처럼요. 기회가 온다면 영화도 해보고 싶고, 방송에도 나가고 싶어요.” (박정원)
“전 신뢰받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꼭 연기가 아니더라도 대중들에게 다방면에서 믿음을 주고 싶네요.” (강영석)
“가수가 아닌, 연기할 때 불안한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길 바라요. 더불어 동료들에게도 신뢰 받고 싶어요. 저를 믿고, 서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을 때가지 노력하려고요. 박시환이라는 이름이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릴 때, 얼굴이 찌푸려지지 않는다면 좋겠어요.” (박시환)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 에이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