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양진영 기자] 가수 박재정이 2년 간의 준비 끝의 윤종신의 곡 '시력'으로 컴백했다. 절제된 느낌과 대중성을 동시에 담은 음악과 담백하지만 짙은 감성의 가사. 누구든 듣자마자 '윤종신이다' 싶은 곡이다.
박재정은 약간의 공백을 거쳤지만, 오래 준비한 신곡을 내놓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윤종신 스타일의 발라드. 서정적인 멜로디와 사물에 감정을 빗대 표현하는 특유의 감성이 듬뿍 담긴 곡이었다.
"'시력'은 사실 제가 미스틱에 와서 처음으로 받았던 데모 테이프예요. 2년 전에 받은 곡인데 이 곡을 준비하면서 '두 남자'라는 노래와 '여권'이란 곡을 거쳐왔죠. 오래 준비했고 녹음도 다섯 번이나 했는데, 그만큼 긴 기간동안 여러 감정을 담을 수 있었어요. 여러 생각을 거쳐가면서 계속 준비한 노래라 진짜 제 곡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그만큼 의미도 깊고요."
박재정은 이번 곡을 윤종신과 함께 준비하면서 교감했던 과정을 되짚었다. 그는 '시력'이라는 곡을 "저 자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그가 말하길 윤종신은 어쩌면 박재정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음악을 정확히 그림을 그려둔 듯 했다고 돌아봤다.
"음악이 먼저 나온 뒤 2년이 흘렀지만 가사는 그대로예요. 저를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음악의 정확한 그림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좋은 색깔을 내기 위해 시간이 2년간 필요했 거죠. '두 남자'와 '여권'을 통해 발라드로 가능성을 찾고 자세를 잡아온 과정이었어요. 녹음을 하면서 매 단계 성숙해졌다고 느꼈고, 그 기록들이 일기처럼 느껴졌어요. '시력'은 제가 추구하던 음악이고, 저 자체라고 볼 수도 있어요. 장르나 멜로디, 코드, 가사가 다 저를 위한 거였으니까요."
과거엔 박재정 역시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출신으로 다소 목을 혹사시키는 듯한 창법과 무대에 익숙했다. 경연 프로그램의 귀재 황치열과 마찬가지로, 박재정 역시 현재의 상태에 이르기까지 무던히 힘을 빼고 감정을 더 채우기 위해 노력해왔음을 고백했다.
"예전엔 혹독하게 목을 쓰는 창법을 고수했어요. 계속 그랬다면 무리가 왔겠죠. 그 동안 목소리를 더 맑고 아름답게 만들려고 했고, 목 관리도 잘 하게 됐어요. 처음엔 그저 가수가 되고 싶었지만 자연스럽게 가는 법을 몰랐어요. 지금은 자신감이 많이 붙었죠. 모든 걸 퍼붓듯이 노래하는 것도 필요하긴 하지만 큰 무리가 올 수 있기도 해요. 아름답고 감미롭게 부르는 데 포커스를 맞췄어요. 훨씬 만족스러워요."
박재정 외에도 다양한 아티스트와 배우를 거느린 미스틱. 음악부터 드라마, 예능까지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영향력이 막강하다. 최근엔 박재정도 이런 행보에 발을 맞추게 됐다. '라디오스타' '진짜 사나이'에 이어 SM과 함께 하는 '눈덩이 프로젝트'로 또 다른 음악적 색깔을 보여준다.
"NCT 마크와 '눈덩이 프로젝트'에서 함께 음악을 하는데, 이번엔 굉장히 그루브한 느낌이에요. 제가 마크와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제목처럼 이렇게 눈덩이처럼 커질 줄은 몰랐죠. 그래서 눈덩이 프로젝트예요. 마크를 좋아하게 된 건 만나고 나서였지만, 그 전부터 진짜 마크의 랩이 좋았어요. 그게 제일 중요했죠. 사실 SM 신인이 나올 때마다 항상 관심이 많아요. SM에서도 힙합을 하는 그룹이 나올 줄은 몰랐어요. 랩 할 때 톤이랑 목소리도 그렇고 가사도 너무 멋있더라고요."
"발라더지만 음악에 한계를 두고 싶지 않다"는 박재정. 어떤 장르보다도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앞으로 가장 하고 싶은 윤종신-박재정 표 발라드 외에도 한계 없이 도전할 생각이다. 이미 규현과 성공적인 콜라보를 보여줬던 그는 콜라보 희망 상대로 JYP 백예린을 꼽았다.
"백예린 씨 음악을 정말 좋아해요. 그분이랑 음악을 하는 건 당연히 좋을 거고, 저는 그분 앨범 크레딧에 있는 음악을 다 찾아 듣기도 했어요. 규현 형과 남자 남자의 슬픈 발라드를 해봤으니 여성 보컬의 감성과 좀 섞여서 굉장히 풍부하고 화려한 감정을 음악으로 그려보면 어떨까요. 두 남자처럼 각자 얘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각자의 스토리가 잘 느껴지게요. 음악을 듣고 책 한 권을 읽은 듯한 기분이 드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초창기 서바이벌 '슈퍼스타K' 출신 박재정이 본 최근의 서바이벌은 어떨까. '프로듀스101 시즌2'를 인상깊게 봤다는 그는 정세운, 옹성우를 좋아했다고 마음 속 고정픽(?)을 털어놓기도 했다. 서바이벌로 이름을 알렸지만, 예능이나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도 거부감따윈 없었다. 조바심에 오바액션을 하거나, 이미지 소비를 하는 것조차 더 많은 사람이 그의 음악을 즐기게끔 하는 과정이라고 받아들이는 듯 했다.
"스타쉽 정세운, 판타지오 옹성우 님을 좋아했어요.(웃음) 옹성우 님 끝까지 응원합니다. 긍정 에너지가 좋더라고요. 주변에서 난리여서 저도 열심히 봤어요. 오히려 여자편은 잘 못봤죠. 다들 너무 잘하는구나 생각했어요. 천상 연예인 같은 느낌. 경연이든 뭐든, 방송에 별 거부감은 없어요. 뭐든지 기회라고 생각해요. 무언가를 할지 말지보다는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문제죠. 박재정의 장점들을 살려서 보여줬음 해요. 그렇게 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아주고 음악을 들어주면 그게 가장 좋죠. 진짜 여기저기서 제 음악이 많이 들렸으면 좋겠어요."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사진 미스틱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