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영업이익 증가 이유로 기본료 폐지 압박
이통사 매출감소 최대 7조에서 최소 1조6000억원
투자 지출 타격 불가피...업계 ‘득보다 실’ 주장
문재인 정부가 통신기본료 폐지 공약을 강행하면서 이동통신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이통사들은 시장논리에 입각, 기업의 선택권을 좀 더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본료 폐지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입장, 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 진단한다. <편집자>
[뉴스핌=정광연 기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는 통신기본료 폐지가 심각한 경영상 타격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한다. 가입자 5300만명 전원에 월 1만1000원의 기본료를 폐지할 경우 연간 7조원 가까운 매출액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이통3사 영업이익율이 6~9%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4800억~63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지난해 영업이익 총액이 4조원에 못미치는 현실에서 기본료폐지는 이통3사의 성장동력을 훼손할 메가톤급 악재인 셈이다.
8일 미래창조과학부 무선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4월기준 이통3사 가입자 현황은 SK텔레콤 2624만명, KT 1527만명, LG유플러스 1149만명 수준이다.
해당 수치를 기반으로 이통3사 가입자 5300만명 전원에 기본료 폐지(월 1만1000원×12개월) 혜택을 제공하면 이통사 매출 감소는 연간 약 7조원에 달한다. SK텔레콤이 3조4600억원으로 가장 많고, KT 2조100억원, LG유플러스 1조5100억원 순이다.
지난해 이통3사 영업이익율을 단순 적용만해도 기본료 폐지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액은 SK텔레콤(8.98%) 3100억원, KT(6.33%) 1270억원, LG유플러스(6.52%) 980억원 등 연간 4000억원 규모다.
1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영업이익 감소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통3사에 미칠 충격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정부가 통신비 인하 여력의 기준으로 보고 있는 영업이익의 경우 지난해 기준 SK텔레콤 1조5357억원, KT 1조4400억원, LG유플러스 7465억원 등 3사를 다합쳐도 4조원에 못미친다. 매출액 감소와 이에따른 영업이익 축소를 감안할 경우 기본료폐지의 충격을 흡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여기다 투자지출도 변수다. 이통3사는 지난해 SK텔레콤 1조9640억원, KT 2조3590억원, LG유플러스 1조2550억원 등 모두 5조5000여억원을 투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을 넘어서는 투자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본료 폐지는 곧바로 인프라 투자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차선책으로 거론하는 2‧3G 가입자 우선 혜택제공을 기준으로 해도 이통3사는 연간 1조6000억원의 매출액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에 따른 영업이익 손실도 1000억원이 넘는다.
무엇보다 2·3G 가입자만 대상으로 한 기본료 폐지가 문재인 대통령이 내건 ‘전국민의 가계통신비 절감 효과 제공’이라는 공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알뜰폰 등 취약계층을 위한 통신 서비스가 존재하고 LTE 요금제도 저가 상품이 있다는 점 등에서 2·3G 가입자를 무조건 기본료 폐지혜택을 지원해야 하는 취약계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여기에 2·3G 가입자 선택 적용시 절대 다수인 LTE 가입자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또 기본료 폐지 혜택을 받은 2·3G 가입자가 향후 차세대 통신인 5G 상용화 이후 서비스 이전을 거부할 경우 이통3사가 강제할 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신사 관계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고 최대한 협조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다만 정부가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책정된 요금 자체를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건 기업 경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이 부분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