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PD수첩> |
[뉴스핌=양진영 기자] 'PD수첩'에서 군대 내 동성애자를 골라내 군형법상 유죄 선고가 난 사건을 조명했다. 다양한 성소수자와 반대 사례를 조명한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서 여러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30일 방송된 MBC 'PD수첩'에서는 군형법 92조 6에 의거해 추행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 모 대위의 사연이 공개됐다. 한국 내에서 성 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는 여러 사람들, 그 부모들도 목소리를 냈다.
동성애라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군사 재판에 회부되고 추행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이 대위. 이 사건에 조사에 참여한 변호사와 관계자들은 부당한 수사가 상부로부터 기획돼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동성 군인끼리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 됐다는 것이다. 지극히 사적인 행위를 조사하는 심문은 모욕적일 수밖에 없었다.
조사를 받았던 한 현역 군인은 "성향은 뭐고 체위는 뭘 했고 너무나 자세한 것들을 다 물어본다. 얼굴 시뻘개지고 심지어 감정이 어땠는지도 물어본다. 좋았냐 어땠냐"라고 말하며 참담해했다.
김인숙 변호사는 "어디서 만났냐. 누가 목욕했냐. 구강 성교 했느냐 사정은 어디에 했느냐. 처벌을 전제로 이런 걸 하나 하나 물어보고 답변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정말 이건 아니다. 내가 수치스럽고 내가 미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과 관련해 같은 질문을 했다. 혐의점과 상관없는 그런 개인적인 궁금증으로 질문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수의 피해자와 접촉한 군 인권센터 측은 "함정수사를 대표적으로 했다. 범죄 사실을 유도한다. 핸드폰으로 게이 데이팅 어플리케이션 틀게 해서 범죄를 유도하는 거다. 군형법 92조 6을 위반하는 정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사진=MBC PD수첩> |
수사를 받은 군인만 23명이었고 대상은 대부분 장교와 부사관이었다. 그 가운데 전역을 8일 앞둔 이 모 대위가 최초로 구속됐다. 수사 관계자는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 대위의 사건이 알려지자 '동성애가 죄라면 나도 잡아가라'는 대자보가 나붙고,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이 대위의 어머니는 아들의 구속 수사의 부당함과 무죄를 법원에 호소했지만 군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지난 5월24일 일어난 일이었다.
이경환 변호사는 "오로지 이 사건들은 동성애에 대한 재판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형사 처벌의 형태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군입대를 앞둔 22세 정예준 씨는 동성애자라는 성 정체성 때문에 "군대를 가지 않으면 감옥에 가고, 군대를 가도 감옥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동성애자 역시 사람임에도 인권을 침해받는다는 문제 의식에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동료 의원 10인과 함께 해당 군형법 조항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사진=MBC PD수첩 시청자 게시판> |
'PD수첩' 방송 이후, 온라인상에는 "어느새 나는 훌쩍이며 눈물 흘리고 있었다. 나중은 없다. 우린 지금 살고 있고, 지금 살고 싶다"는 성소수자의 시청 소감부터 "우리 어머니가 제발 오늘 pd수첩을 봤기를 간절히 바란다" 등의 반응이 다수 올라왔다.
하지만 MBC 시청자 게시판은 양분됐다. 동성애자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시청자들이"PD수첩 성소수자의 마음만? 군대보낸 엄마의 마음은!!" "동성애를 사랑이라고 하지마세요" "우리 아이들에게 동성애를 가르치고 싶지않아요!"라는 격앙된 반응을 쏟아낸 것.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 역시 댓글로 의견을 표출하며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뉴스핌 Newspim] 양진영 기자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