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로우플레이션 딜레마에 직면해
[뉴스핌=이영기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6월 금리인상 의향을 밝혔지만, 최근 물가 지표가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3월과 4월 소비자물가 지표를 보면 근원물가지수가 예상보다 0.4%포인트씩 낮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준이 이른바 '로우플레이션 딜레마(lowflation dilemma)'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풀크럼 에셋 매니지먼트의 가빈 데이비스 대표는 28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을 통해 "오는 30일 발표될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PCE deflator)는 1.5%로 2015년말 이래 최저 수준을 보여줄 것"이라며 "이에 대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반응은 낮은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은 이미 FOMC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6월 금리인상 계획을 철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정상화 정책을 결정하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린 점을 고려하면 FOMC가 이런 소소한 변화를 보고 정책을 다시 생각한다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일 것으로 데이비스는 지적했다.
데이비스는 "그럼에도 연준의 의사결정은 데이타에 기반하기 때문에 4월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석이 그들의 금리 정상화 입장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풀크룸 자산> |
단기 변동성을 조정하는데 탁월한 풀크럼 물가 모형에 따르면, 단기 인플레이션 추정치가 3월과 4월 소비자물가지표를 반영해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리고 올해 나머지 기간에 대한 인플레이션 추정치도 연준이 지난 3월 제시한 전망치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데이비스는 "5월 FOMC 의사록은 내부 보고 인플레이션 전망치가 3월 소비자물가 발표 이후 이미 낮아지고 있다고 암시했지만, 관건은 중기적으로도 목표치 2%를 유지할 것으로 보느냐 여부"라고 강조했다.
◆ "5월까지 물가 반등 못하면 트렌드 변화로 봐야"
연준은 3월과 4월의 소비자물가에 대해 유의미하지 않은 변화로 보고 이후 물가상승으로 원래 트렌드로 되돌아온다고 해석하면서 최대한 FOMC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3번째 기간, 즉 5월 소비자물가가 의미있는 반등세를 보이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 메카니즘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쪽으로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데이비스의 분석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메카니즘에 생길 수 있는 변화 두 가지를 소개했다. 먼저 인플레이션 측정 방식의 변경이다. 1998년 보스킨 위원회는 노동부와 상무부의 측정방식이 인플레이션을 연율 1.1%포인트 과다하게 측정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1.1%포인트씩 조정해왔다.
그런데 최근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변화와 신상품과 새로운 서비스 도입으로 측정방식이 바뀌고 있고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낮게 나타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몇개월에 걸쳐 통신서비스 항목이 가중치에서 0.2% 조정했다. 마찬가지로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연 0.25~0.5%포인트 낮게 측정된다는 주장이다.
실제 그렇다면 연준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에 직면할 것이다. 연준은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1.5%로 낮추든지, 인플레이션 목표를 2.0%로 유지하면서 새로운 측정방식을 채택하든지 선택을 해야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자연실업률이 낮아졌을 가능성이다. FOMC는 자연실업률을 4.7%로 보고 있다. 그리고 실제 실업률은 4.4%다. 여기서 생각보다 인플레이션이 낮은 것을 자연실업률이 낮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그리 간단하지 않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이 최근 계량경제학으로 측정한 필립스곡선은 과거 10년간 그 기울기가 평평해졌고 이후 다시 원형으로 완전히 복귀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자연실업률 4.7%로 보는 기존의 필립스 곡선 위에서 최근 임금상승률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은 자연실업률이 하락했다는 것도 FOMC는 수용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로우플레이션의 딜레마다.
데이비스는 "로우플레이션이 5월에도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도 "만일 그렇게 된다면 통화정책의 정상화는 잠시 보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