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예비율 22%, 하루종일 35만대 더 돌릴 수 있어
[ 뉴스핌=황세준 기자 ] 에어컨 판매량 증가와 정부의 화력발전소 셧다운이 맞물리면서 다음달 전력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찍 찾아온 더위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의 에어컨 공장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수요가 몰리면서 평균 2~3일 걸리던 에어컨 설치기간은 빨라야 2~3주, 길게는 1달까지 늦어진 상황이다.
30대 워킹맘 N씨는 "지난달 중순 이사를 하면서 에어컨을 새로 구입했는데 이번주에야 제품이 도착했다"며 "불티나게 팔린다는 매장 설명이 정말인 듯 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18일 광주 오선동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삼성 무풍에어컨'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
티몬, 11번가 등 온라인몰들은 이달 초순 에어컨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8~4.3배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했다. 롯데하이마트의 경우도 이달 1일부터 25일까지 85% 증가했다.
업계는 1~4월 에어컨 판매량이 전년비 2배 수준 성장했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추세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는 이달들어 생산량이 작년보다 40%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라인업인 무풍에어컨 판매량이 전년비 5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수요가 과거 7~8월에 집중됐다면 올해는 4~6월부터 발생하고 있다"며 "작년 에어컨 시장이 200만대 정도였는데 올해는 그보다 소폭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는 전력 수급 불안에 대한 걱정이 높아지고 있다. 이달 주문한 에어컨이 다음달 각 가정에 배송되는 가운데 정부가 노후 화력발전소 8곳(285만kW 규모)을 1달간 가동 정지하기 때문이다.
전력거래소가 집계한 공급예비력은 지난 25일 기준 1482만8000킬로와트(kW), 예비율은 22.1%다. 시간당 정격 소비전력 1.75kW인 2017년형 삼성 스탠드형 무풍에어컨 52.8㎡ 모델 35만대를 24시간 내내 추가로 가동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있는 셈이다.
하루 6시간 가동 기준으로는 140만대 분량이고 한국인들의 2015년 에어컨 하루 평균 가동시간인 4시간 40분(삼성전자 집계기준)을 적용하면 180만대다.
노후 화력발전소 8곳이 전체 전력 공급능력(8183만5000kW)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불과해 당장 전력대란이 벌어진 우려는 크지 않다.
그러나 시장 일각에서는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사태)'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위가 극성을 부릴수록 전력수급이 급격히 불안해진다는 점에서다. 지난해에도 4월 30.8%였던 예비율이 5월 17.8%, 6월 11.2%, 7월 9.6%, 8월 8.5%로 떨어진 바 있다.
최근 에어컨 성능 향상으로 장시간 사용 추세가 나타나는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 무풍 에어컨의 경우 올해 신모델의 정격 소비전력이 작년 모델보다 7% 낮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요새 나오는 가정용 에어컨들의 경우 전력 효율이 대부분 1등급이라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켜 놓는 경우가 있다"며 "에어컨이 사계절 가전 개념으로 자리잡으면서 냉방모드가 아닌 제습 등에 활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에어컨을 장시간 사용하기보다는 26~28도를 유지하는 선에서 적정 가동하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LG전자 직원들이 지난 2일 에어컨 생산라인에서 휘센 듀얼 에어콘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