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드커브 10월 이후 최저..달러 대선 이후 내림세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달러화와 금리를 둘러싼 월가의 시선이 차갑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연이어 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한편 달러화에 대해서도 ‘트럼프 디스카운트’를 적극 반영하는 움직임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공약 이행이 시장의 예상만큼 속도를 내지 못한 데다 탄핵설이 제기될 만큼 정치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경기 부양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크게 꺾인 것으로 해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제임스 코미 FBI 국장<사진=블룸버그> |
이와 함께 금융시장의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일드커브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이전 수준으로 후퇴, 투자자들이 경계하는 표정이다.
2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와 JP모간 등 월가의 주요 IB들이 미국 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일제히 낮춰 잡았다.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성장률 상승 기대가 고조되면서 국채 수익률이 치솟았던 것과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실물경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월가의 상승 전망이 후퇴한 결과로 풀이된다.
골드만 삭스와 JP모간은 올해 말 10년물 국채 수익률 전망치를 각각 3%에서 2.75%로 떨어뜨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월가의 평균 전망치 역시 지난 4월 2.91%에서 지난 22일 2.76%로 내렸다.
특히 HSBC는 올해 4분기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1.6%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경제에 이른바 트럼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으로 해석된다.
씨티그룹의 윌리엄 오도넬 채권 전략가는 FT와 인터뷰에서 “연초 가파른 금리 상승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꺾인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대선 이전인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자 투자자들은 긴장하는 표정이다.
이날 장 초반 일드커브는 0.97%포인트로 밀렸다. 채권 투자자들 사이에 경기 전망이 흐리다는 의미다.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전망이 긍정적일수록 장단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높아지게 마련이다.
밀러 타박 증권은 이날 투자 보고서를 통해 “미국 경제의 큰 그림을 놓고 채권시장이 내는 신호는 연초 이후 기대와 크게 다르다”며 “하반기 경제에 대한 전망이 흐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장기 경제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저조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고용을 포함한 경제 지표가 개선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전망이 우세, 단기물 국채 수익률이 저항력을 보이는 반면 중장기 경기 전망을 반영하는 10년물 수익률이 밀리면서 일드커브가 드러눕고 있다는 얘기다.
방향이 틀어지기는 달러화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트럼프 트레이드로 상승 탄력을 받았던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 대선 이후 최고치 대비 6.6% 하락했다. 대선 이후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달러화는 0.9% 내림세로 돌아섰다.
프랑스 대선 결과와 유로존의 경기 개선에 따라 특히 유로화에 대해 달러화의 약세가 두드러진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는 더 이상 달러화가 해외 투자자들에게 안전한 자산이 아니라는 진단도 나온다. 트럼프 리스크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얘기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전 국장의 트럼프 대통령 관련 발언이 달러화 향방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수사를 종료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