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원내대표 불출마 선언... 홍준표, 친박 양자대결로 압축
양측 감정 대립 폭 깊고, 집단지도체제 놓고 신경전 고조
[뉴스핌=조세훈 기자] 자유한국당이 오는 7월 3일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열기로 했다. 조속히 대선 패배를 수습하고, 선명 야당을 내세워 지지세를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자유한국당 당 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한 정우택(왼쪽 두번째)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재 정책위의장, 정 대행, 이용구 비대위원. 정 대표는 오는 7월 3일 전당대회를 열고 새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진=뉴시스> |
그러나 출마를 염두에 둔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친박(친 박근혜)계가 '사생결단'식 주도권 다툼을 예고해 당이 다시금 깊은 내홍으로 빠져들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22일 차기 전당대회 일정을 전하며 "전당대회를 통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는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정 원내대표는 당 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당 대표 후보는 홍 전 지사와 친박계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전당대회는 화합의 장이 아니라 갈등의 뇌관이 터질 분위기다. 홍 전 지사와 친박계 사이에 갈등의 불씨는 넓고 감정 대립의 폭은 깊다. 미국으로 떠나 있는 홍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연일 친박계를 비판했다. 그는 친박계를 겨냥해 "친박은 좀 빠져라"라고 하더니 곧 "바퀴벌레처럼 숨어있더니 당권 차지해 보려고 설치기 시작했다"고 힐난했다.
22일엔 "(당이) 사실상 대선 홍보를 포기했고, 대선 후 당권 향배에만 신경을 썼다. 그런데도 선거 패배 후 당직자들에게 보너스 잔치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친박계는 홍 전 지사에 대한 비토 분위기가 강하다. 당 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홍문종 의원은 홍 전 지사를 겨냥해 "제정신이냐. 낮술 드셨냐"고 거세게 비판했다. 대선 패배 후 날선 공방이 거듭되면서 양측의 앙금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친박계에선 홍 전 지사의 대항마로 홍 의원을 비롯해 유기준, 원유철 의원이 자천, 타천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 등 외부영입론도 제기된다.
친박계의 집단지도체제 변경 요구도 당내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집단 지도 체제는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를 같이 해서 1등이 대표가 되는 시스템이다. 대표와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현행 '단일성 집단 체제' 에 비해 권력을 분점하는 것으로 당내 세력 분포가 큰 친박계에 유리한 제도다. 이에 홍 전 지사와 그에게 우호적인 초선 의원들이 강한 반감을 드러내면서 양측의 신경전은 최고조로 향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당이 당내 갈등을 조율할 구심점을 갖고 있지 못하는 데 있다. 친박이나 비박(비 박근혜)계 모두 조직력이 약화돼 있고, 이들을 포괄할 통합형 인물도 부재한 상황이다. 당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당내 계파 갈등마저 분출하면, 당은 '진퇴양난'의 수렁으로 깊게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