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시 경력 인정·업무 확대 등 고민중
[뉴스핌=김나래 기자] "경력을 얼마나 인정해줄까요? 지금보다 월급이 더 줄어들 수도 있는데...무작정 정규직 전환이 반가운 것은 아니죠." (A은행의 무기계약직)
문재인 대통령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이후 은행권도 정규직 확대를 놓고 고민 중이다. 일단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기업은행과 농협은행, 시중은행 가운데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이다.
은행 뿐 아니라 당사자인 비정규직들도 정규직 전환을 하면 처우를 어떻게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아졌다. 정규직 전환시 연봉이 줄어들 수도 있고, 업무의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처럼 계약 만기가 없는 대신 정규직에 비해 낮은 임금과 복지 혜택을 받는 직원이다. 은행에선 주로 지점에 창구 직원(텔러)이 무기계약직이다. 은행의 텔러직군 고호봉자가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호봉이 깎일 수 있는 상황. 현재 은행들은 텔러 경력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와 몇 프로를 인정해 반영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
A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예를 들어 4년제 대학을 졸업후 텔러로 5년 일하면 4년제 대학을 인정해주며 텔러직군으로 5년차가 된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시 경력을 절반만 인정한다면 4년제 대학 졸업과 2.5년차 정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즉, 고참 텔러는 연봉이 많게는 20% 정도 삭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은행마다 상이하지만 대부분 비슷한 고민을 할 것이란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울러 입·출금 등 단순 업무를 해온 텔러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업무를 일반 직원과 비슷한 수준의 업무도 해야 한다. 여신·외환 등 기존에 하지 않았던 일로 업무를 확장해나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특수은행쪽의 무기계약직들의 내부 분위기가 일부 불만이 많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기업은행의 무기계약직 수는 전체 직원 대비 많은 편이지만 지난 8월 노사가 공동으로 TF를 구성해서 무기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작업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기업은행 한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인사폭과 경력인정 부분이 깎일 것이라면 '지금 깎는게 낫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밝혔다.
농협은행의 경우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농협은행의 계열사가 많은데다 통합노조이기 때문에 굉장히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농협은 통합노조라 합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정부방침이 나오면 시작해야겠지만 합의 이루는 것이 녹록치는 않다"고 밝혔다.
정부정책에 부응하는 것은 좋지만 노사간 합의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원하된 고용체계를 가져가되 은행들 상황에 따른 과도기적 형태 등도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정규직화라는 것은 직접고용 형태 취지로 해석하고 있어 잘못된 표현으로 사실상 '빛 좋은 개살구'의 경우가 많았다"며 "중요한 것은 궁극적으로 고용체계의 일원화, 하나의 협약과 고용체계를 가지는 것이 진정한 정규직화"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시급한 것은 로드맵을 짜는 일"이라며 "정책이 나오면 일괄적 적용보다 은행의 상황에 따라 내부적인 과정을 통해 빨리 할 수 있는 곳은 시행하고, 유예기간이 필요한 곳은 또 사정에 맞춰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