밟을 때마다 피아노 소리나는 ‘재미’
계단 이용하면 10원 적립 ‘작은기부’
에스컬레이터 안타고 계단찾는 시민
[뉴스핌=황유미 기자]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역 1번 출구에는 신기한 계단이 있다. 계단을 한 발 디딜 때마다 불도 들어오고 소리도 난다. 게다가 계단을 올라가는 시민 1명당 10원씩 건강취약계층에게 기부할 수 있는 적립금이 쌓인다. '기부하는 건강계단'이다.
최근 고속버스터미널역의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찾았다. 서초구청과 한국야쿠르트가 함께 만든 계단이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역 1번 출구에 설치된 '기부하는 건강계단'. 층계마다 훈민정음을 이용한 디자인이 입혀져 있었다. 황유미 기자 |
시민들이 계단을 밟을 때마다 '도레미파솔라시도' 피아노 소리가 났다. 위쪽의 계단을 밟으면 하프 악기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소리와 함께 계단 측면에 조명이 켜지기도 했다.
아래에서 올려다봤을 때 여러 개의 층계가 '훈민정음 건강계단'이란 글귀를 만들고 있기도 했다. 황유미 기자 |
자연스럽게 소리를 들으며 계단을 이용하는 시민들도 있었고, 소리가 나자 놀라서 발을 한 번 뗐다가 다시 계단을 밟고 올라서는 시민들도 있었다.
한 커플은 신기하다며 연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기도 했다.
계단에서 피아노 소리가 나고 불이 들어오자 신기한 듯이 발로 여러번 눌러보는 한 커플. 황유미 기자 |
시민들이 한 명씩 계단을 오르거나 내려오면 아래쪽 벽면에 설치된 전광판의 1일 이용자수의 숫자가 올라갔다. 30분 동안 총 54명의 시민이 계단을 이용해 전광판의 1일 이용자수 숫자가 716명에서 770명으로 변해있었다. 누적된 인원수만큼 기부금은 적립돼 건강취약계층에게 돌아간다.
한 시민은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다가 계단으로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시민 조모(48)씨는 "계단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기부할 수 있다는 문구를 순간 봤다"면서 "재미에다 건강 그리고 기부까지 할 수 있는데, 굳이 에스컬레이터를 탈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이용하는 시민 수를 나타내는 전광판. 집계된 인원만큼 누적금이 적립돼 건강취약계층에게 사용된다. 황유미 기자 |
주부 정미진(여·44·서울 강남구)씨는 "소리가 나기에 처음에는 신기했다"며 "기부까지 된다니 좋은 취지의 계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린 딸에게 계단을 밟으면 소리가 나고 불이 들어온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올라가는 한 시민. 이들은 계단을 천천히 끝까지 올라갔다. 황유미 기자. |
서울 강남구 강남구청역에도 건강과 기부, 재미를 동시에 잡는 계단이 설치돼 있다. '아트 건강기부계단'이다.
강남구청역에 설치된 '아트 건강기부계단'. |
계단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1명 늘어날 때마다 역시 10원씩 적립된다. 적립된 기금은 연말에 비만아동 건강 개선과 저소득층 지원에 쓰일 예정이다.
계단 측면에 그려진 미술 작품. 아래에서 여러개의 계단을 한꺼번에 보면 하나의 그림으로 보인다. 황유미 기자. |
아트 건강기부재단은 이름처럼 미술 작품이 계단 측면에 입혀져 있다. 서양화가 자임(JAIM) 작가와 현대미술가 홍성용 작가의 작품이다.
역시 시민들이 계단을 밟을 때마다 조명이 들어왔다. 가야금 소리도 났다.
강남구청역에 설치된 아트 건강기부계단 역시 시민들이 내려올때마다 조명이 들어오고 가야금 소리가 나온다. 황유미 기자 |
조명이 켜지고 소리가 들리자 계단을 올라가다가 말고 다시 내려와 계단 전체 사진을 기념으로 촬영하는 시민도 있었다.
조명이 켜지고 소리가 들리자 계단을 올라가다가 말고 다시 내려와 계단 전체 사진을 기념으로 촬영하는 시민도 있었다. 황유미 기자 |
강남구청 아트 건강기부계단은 365mc병원비만클리닉은 서울도시철도공사와 함께 조성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부하는 건강계단'은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시내에 16개가 설치 되어있다. 강남구청역내 기부계단처럼 자치구가 함께 하지 않는 계단까지 포함하면 개수는 이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
강남구청역 아트 건강계단 옆에 설치된 이용자수 집계 전광판. 누적된 인원에 비례해 쌓이는 적립금은 비만아동 건강 개선과 저소득층 지원에 사용된다. |
'기부하는 건강계단'을 만나면 에스컬레이터 대신 계단을 올라가 보는 건 어떨까. 건강도 챙기고, 재미도 느끼고 좋은 일에 동참까지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