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러시아 간 내통 의혹 언급할까 주목돼
[뉴스핌=이영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임스 코미 미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한 후 하루 만에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백악관에서 만난다. 이는 이번 달 안에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의 서곡으로 풀이돼 주목된다.
지난 9일 자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인 코미 FBI국장을 해임한 다음날 오전 백악관에서 러시아 외교 수장 라브로프를 만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라브로프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을 만나기 위해 워싱턴에 머무르고 있다. 틸러슨은 러시아에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트럼프와 라브로프의 만남은 이달 안에 예정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과거 대선 때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의 내통 의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이 제기돼 더 주목된다.
◆ 미러 관계 향상의 전주곡되나
지난 4월 틸러슨 국무장관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을 만난 후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하게 "지금 우리는 러시아와 전혀 잘 지내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번 만남에서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을 앞두고 미-러 관계를 향상하는 전주곡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트럼프 취임 110일만에 이뤄진 코미 FBI국장 해임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비록 트럼프가 일주일 이상을 고민했지만 결국 코미는 해임 통보를 직접 전달받지 못하고 뉴스를 통해 이를 접하는 지경이 됐다.
코미 국장은 FBI의 로스앤젤레스 지사에서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던 중 TV 뉴스를 통해 해임 소식을 알았으며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웃기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해임 소식이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서한을 코미 국장에게 직접 전달하려고 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코미의 관계가 틀어진 것은 지난 3월 코미 국장이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이후라는 분석이 많다. 코미 국장은 청문회에 출석해 대선 기간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의혹, 오바마 행정부의 트럼프 캠프 도청 의혹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일각에선 '오바마 도청' 주장을 앞세워 러시아 내통 의혹을 물타기 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미 국장이 반기를 들었다는 관측이 나왔다. 또 코미가 지난해 7월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조사한 결과 불기소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도 트럼프를 자극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미와 함께 일한 전 FBI 고위 관계자는 "왜 코미가 해임됐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그저 당혹스러울 뿐"이라고 FBI안팎의 분위기를 전했다.
코미의 후임자는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는 "후임자 후보 리스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