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금리산정은 업계 자율…지나친 개입 우려"
[뉴스핌=이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제멋대로 대출금리를 산정한 저축은행에 무더기 경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주요 저축은행들은 차주의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단일금리를 부과하거나, 대출금리 산정의 적정성을 점검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SBI·OK·JT친애 저축은행 등 주요 대형 저축은행을 포함한 12개사에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이들 저축은행은 일정한 기준 없이 대출금리를 산정했고, 대출원가가 달라지는데도 불구하고 금리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도 하지 않았다.
금융당국이 제멋대로 대출금리를 산정한 저축은행에 무더기 경고를 줬다. 금감원 검사 결과 주요 저축은행들은 차주의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단일금리를 부과하거나, 대출금리 산정의 적정성을 점검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은 현재까지 산출된 금리와 운용의 적정성을 주기적으로 검증한 사례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경고를 받았다. 또 7개 상품의 경우 하위 신용등급 차주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대부업법상 최고금리를 적용해왔다.
OK저축은행 역시 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원가가 달라지는데도, 주기적으로 금리 적정성을 점검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재산정되지 않고 상품별로 출시 당시 산정된 금리가 그대로 적용됐다.
JT친애저축은행의 경우 일부 개인신용대출 상품 대출금리를 차주 신용등급별로 구분하지 않고 단일 금리로 운영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JT친애저축은행은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금리 원가요소를 분석한 금리체계를 운영하지 않고 대부분을 법적 최고금리인 연 27.9%로 운영해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감독업무 시행세칙에서는 저축은행들이 최고금리 이내에서 자율적으로 합리적인 금리를 산출하도록 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이와 관계 없이 원가 산정을 자의적으로 하거나 신용등급과 관계 없는 금리를 부과하는 등 불합리한 영업을 하는 경우가 있어 경영유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금리는 대출상품의 가격과도 같아 당국에서 일일이 개입할 수는 없지만, 금리 산정 체계 자체가 합리적이지 않아 이를 지적했다는 것. 당국은 이처럼 저축은행업계의 금리 산정 체계가 일정한 기준이 없어 문제가 계속되자 이를 바로잡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금감원·저축은행중앙회·업계는 지난해 공동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 합리화 TF'팀을 만들고 대출금리 산정체계 기준을 논의 중이다. 또 올해 4월에는 주요 저축은행들과 MOU를 체결하고, 저축은행중앙회 표준 규정을 개정해 금리산정체계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같은 당국의 조치가 지나친 개입이라는 목소리도 많다. 최고금리만 지킨다면 대출금리 산정은 업계 자율인데, 최근 들어 대출 총량 규제와 함께 제한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
더불어 대출금리 산정체계와 관련해 이미 TF팀에서 기준이 논의되고 있음에도, 주요 저축은행과 MOU를 맺은 것 자체가 압박이라는 의견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당국이 MOU와 관련한 문서를 팩스로 보내왔는데, 문서에 저축은행 임원 이름이 모두 명시돼 사인을 받도록 되어 있었다"면서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MOU가 체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대출 총량 규제와 더불어 금리에도 당국이 무리하게 손을 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대선을 앞두고 미리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