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지배력 확대 등 체제 강화 효과
[뉴스핌=전지현 기자]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 전환에 첫 단추가 꿰어졌다. 일본 롯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 구상이 본격화된 모습이다. 이번 지주사 설립으로 신회장이 향후 그룹의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지금보다 수월하게 롯데를 변화시킬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26일 롯데그룹은 주력 상장사 이사회를 개최하고 4개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각각 인적분할하고,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각 투자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결정했다.
8월29일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참석 주주의 2/3이상 주주들의 찬성을 얻게 된다면 10월1일, 새로워지는 롯데가 탄생한다. 이후 각 회사는 변경상장 및 재상장 심사 절차를 거쳐 10월30일 거래를 재개할 예정이다.
관련업계는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나머지 3개 계열사 투자사 합쳐진 지배구도를 놓고 신 회장 지배력이 확대됐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일단, 지분율만 놓고 볼때 롯데쇼핑과 롯데제과 지분률 각각 13.5%, 9.07%로 대주주에 위치했던 신회장이 향후 신규로 설립된 롯데지주 주식회사에서도 기존 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를 시작으로 중간지주사를 거쳐 주력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신 회장의 지분 확대 측면에서 유리한 상황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4개의 계열사들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분할된 후 각 투자회사 합병이 단행되면, 신 회장 지분율은 30.24%로 늘어난다.
하지만, 이는 기업가치와 합병비율을 고려치 않은 단순 합산. 추후 4개 계열사 가치에 따른 합병비율까지 감안할 경우 신 회장 전체 지분률은 더 상승될 것이란게 업계 해석이다.
롯데쇼핑의 경우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에 비해 시가총액이 월등히 클 뿐만 아니라 신 회장이 4개 회사 중 가장 많은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향후 사업회사를 투자회사 자회사로 배치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맞교환(주식 스왑)을 할 경우, 신 회장 지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 주식회사를 통해 신 회장이 전 계열사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우선 그룹은 신규로 설립되는 통합법인 롯데지주 주식회사 아래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리아, 대홍기획, 하이마트, 코리아세븐, 롯데자산개발, 롯데정보통신 등의 한국 유통과 식품 계열 주력 자회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후 호텔롯데 역시 향후 롯데지주 주식회사에 보유한 지분을 현물 출자함으로써 모든 계열사로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게 업계 추정이다.
이럴 경우, 신 회장은 67개 순환출자 고리 중 호텔롯데-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으로 이어지는 54개 계열사 순환출자고리를 18개로 단순화하면서 지주사를 통해 전체를 아우르는 구도가 가능해진다. 신회장이 향후 지금보다 수월하게 본인의 의지대로 그룹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 회장은 이번 롯데지주 주식회사 설립으로 한국롯데에 대한 지배력 강화 명분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순환출자고리가 대부분 끊어지면서 각 계열사들이 일본 회사와 혼잡하게 연결됐던 불투명한 지분마저 정리되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현재까지 그룹은 롯데쇼핑에 소속된 구도였는데 지주사 설립으로 계열화된 회사들의 지배력이 강화될 뿐 아니라 투명성까지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