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두고 한발 물러섰다. 이번 주말 의회가 처리할 예정인 5~9월 임시예산안이 아닌 9월 처리하는 내년도 예산안에 장벽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반영할 수 있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연방정부의 업무 중단을 의미하는 '셧다운'을 막으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장벽<사진=AP/뉴시스> |
25일(현지시각) 폭스뉴스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보수 매체 언론인 20명을 초청한 자리에서 장벽 건설 자금을 오는 9월 처리 예정인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임시 예산안에 장벽 건설 예산 14억 달러가 반영되길 바랐다. 그러나 이번 주 의회가 임시예산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은 장벽 건설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당장 임시 예산안에 반영되지 못하더라도 올해 후반이나 내년 초에 장벽 건설 예산을 얻어내겠다는 계획이다.
켈리엔 콘웨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날 '폭스와 친구들'과 인터뷰에서 "장벽을 건설하고 그것에 대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여전히 그(대통령)에게 중요한 우선순위"라면서도 "우리는 이것이 올해 후반이나 내년에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내가 장벽에 대해 마음을 바꿨다는 가짜 매체를 믿지 말라"면서 "그것은 지어질 것이며 마약을 멈추고 사람들이 넘어오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주 장벽 건설 자금을 요구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환영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양당 의원들이 모두 지지하지 않는 독약 같은 제안을 두고 불필요하게 싸울 가능성을 없앤다"고 말했다.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장벽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막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장벽 건설에 멕시코가 비용을 댈 것이라고 했지만, 멕시코는 비용 투입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멕시코가 장벽 건설 비용을 부담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우선 미국인들의 세금으로 건설을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벽 건설에 들어가는 비용 예측치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선거 운동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에 120억 달러가 들 것으로 예상했지만 2월 미국 국토안보부의 내부 보고서는 이 비용이 216억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으며 상원 민주당의 새 보고서에서는 약 700억 달러로 예측됐다.
그러나 NYT는 장벽 없이도 남서부 지역에서 불법으로 국경을 넘는 이민자 수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고 전했다. 관세국경보호청에 따르면 2월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사람의 수는 한 달 전보다 40% 감소했으며 3월에도 30% 줄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