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래카메라로 논란을 빚은 Mnet '신양남자쇼'(위), MBC '은밀하게 위대하게' <사진=Mnet, 뉴스핌DB> |
[뉴스핌=황수정 기자] "도의에 어긋난 방송" 지난해에는 배우 김수로가 분노했는데, 이번에는 시청자들마저 뿔이 났다. 도가 지나친 몰래카메라 사용, 이대로 괜찮은 걸까.
지난 6일 Mnet '신양남자쇼'는 걸스데이 혜리의 복권 2000만 원 당첨으로 더욱 큰 논란과 마주했다. 방송 촬영 중 복권 당첨이라는 사건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릴 정도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이는 몰래카메라였고, 특히 걸스데이의 소속사 드림티엔터테인먼트 측이 처음에는 실제상황이라고 밝혔다가 이후 몰래카메라였다고 입장을 번복해 더욱 논란이 커졌다.
Mnet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TV캐스트를 통해서만 몰래카메라 사실과 사과문을 전했다. Mnet '신양남자쇼' 측은 "혜리 복권 당첨 몰래카메라 관련하여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제작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라는 무성의한 자막만 내보냈다. 이에 시청자들은 더욱 분노했고 허탈감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이후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Mnet '신양남자쇼'를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소를 검토하기도 했다. 물론 소품 복권이 정밀한 위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무심코 던진 돌 하나가 너무 큰 파장을 일으킨 건 사실이다. '신양남자쇼'는 오는 13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한다. 애초 계획된 종영이라지만 몰래카메라 논란으로 씁쓸하게 끝마치게 됐다.
'신양남자쇼'에서 걸스데이 혜리가 복권에 당첨되는 몰래카메라로 논란을 빚었다. <사진=Mnet '신양남자쇼' 캡처> |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김수로는 MBC '일밤-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몰래카메라를 당했다. 당시 김수로는 뉴욕에서 창작 뮤지컬 '인터뷰'를 준비하던 중 몰래카메라 때문에 급하게 귀국해야 했다. 이에 대해 김수로는 SNS를 통해 "아무리 방송 몰카지만 상황 파악은 하고 몰카를 해야지. 해외에서 일보는 사람을 서울로 빨리 들어오게 해서 몰카짓 하는 건 너무나 도의에 어긋난 방송이라고 생각한다"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해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특히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경우 지난 3월 한차례 폐지설이 돌기도 했다. 그동안 조우종의 사기결혼, 지상렬의 황당한 광고 서포터 촬영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성훈의 화보 촬영 몰래카메라를 통해 그 불씨를 당겼다. 당시 성훈은 몸을 만들기 위해 2주 동안 밥을 굶었고, 헨리가 수영 중 감전사고로 피를 쏟는 설정과 제작진이 성훈의 상의탈의에 '유륜천사'라고 자막을 단 것까지 모조리 비판의 대상이 됐다. 가학성과 선정성 논란이 일었고, 급기야 폐지설까지 나온 것이다.
몰래카메라는 예능의 단골 소재다. 과거 1990년대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로 한 차례 예능의 부흥기를 일으킨 후, 몰래카메라는 크든 작든 계속돼 왔다. 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속고 속이는 환경에서 시청자들에게 가장 쉽게, 큰 웃음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시청률 문제로 귀결된다.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 몰래카메라인 것. 그러나 '신양남자쇼'의 경우에는 시청자들까지 속이며 몰래카메라의 본질을 변형시켰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이미 세번째 시도되는 몰래카메라 예능인데다(그것도 '일밤'에서만), 시청률도 오르지 않아 더욱 자극적인 소재를 찾다보니 오히려 시청자들의 외면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은밀하게 위대하게'에서 성훈 몰래카메라가 가학성, 선정성 논란을 일으켰다. <사진=MBC '은밀하게 위대하게' 캡처> |
또 하나의 문제는 몰래카메라를 행하는 사람들의 태도다. 여행을 가는 프로그램이거나, 먹는 프로그램이거나, 어떤 분야의 예능 프로그램이든지 몰래카메라는 자주 쓰인다. 새로운 사람이 합류했을 때 신고식으로, 그저 갑자기 하고 싶어서 출연진이 자의적으로 몰래카메라를 행할 때도 많다. 물론 이 경우는 대부분 갑자기 화를 내거나 싸우면서 분위기를 급변시킴으로써, 몰래카메라를 당하는 사람의 반응을 지켜보게 된다. 그러나 이는 너무 무의미한 행동이다. 몰래카메라라는 사실이 공개된 후 당사자들은 하나같이 허탈감, 분노, 혹은 눈물까지 보인다. 이를 통해 얻는 즐거움은 오히려 찝찝할 따름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제는 예전같은 방식의 몰래카메라는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 오히려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찍어서 보여주는 시대인데, 숨어서 찍는 몰래카메라에 대한 흥미가 줄어든 게 사실이다"라며 "몰래카메라라도 선이라는게 있는데 정도를 넘어서면 불쾌감을 주고, 자칫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제작진의 의도가 아니라 출연진들이 스스로 하는 몰래카메라라도 최종적인 판단은 제작진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별 효과가 없고 불쾌감만 주는 몰래카메라는 이제 시대착오일 뿐"이라고 전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 안수영PD는 지난해 제작발표회에서 "몰래카메라는 소재가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불쾌해질 수도, 진지해질 수도, 유쾌해질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며 "리얼리티가 가장 살아있는게 몰래카메라다. 출연자들이 유쾌하게 속고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도록 만드는 건 제작진과 MC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과연 누가 유쾌하게 속을 수 있을까. 시청자들까지 불쾌하게 만드는 몰래카메라는 그저 구시대적 유물일 뿐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수정 기자(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