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세혁 기자] 주인이 없다는 이유로 반려동물을 안락사할 권리가 과연 인간에게 있을까. 동물의 생명을 사고파는 행위 또한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인 걸까.
최근 개봉한 일본영화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들이다. 이 영화는 반려동물이 폭발적인 관심을 얻으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한 이면에, 개공장과 같은 어두운 단면이 존재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은 반려견 나츠를 잃은 영상감독 카나미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랑하는 개를 병으로 떠나보낸 극중 인물 카나미는 일본사회의 반려동물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을까 고민하다 카메라를 들었다. 유기견 보호센터나 동일본지진 피해지역을 담은 영상들은 꽤 충격적이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택한 작품이기에 버림받은 반려동물이 처한 상황은 매우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카나미가 찍은 영상에선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 드러난다. 작고 귀엽다고 쉽게 사서 키우다가, 병들고 싫증나면 망설임없이 버리는 어긋난 반려동물 문화가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서 다룬 개공장은 일본도 겪고 있는 사회문제다. 이곳에서 반려동물들을 꺼내와 보호하는 사람들은 동물은 취향따라 고르는 액세서리가 아니라고 안타까워한다.
이 작품은 사지에 몰린 반려동물들을 살리려 애쓰는 이들의 사연도 담고 있다. 2011년 동일본지진으로 후쿠시마가 죽음의 땅이 됐지만, 원전 20km 권역에 들어가 버려진 동물들을 구해내는 사람들이 있다. 수 백마리가 넘는 반려견들을 키우면서도 힘들다기보다 보람을 느낀다는 사람들.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있기에 그나마 반려동물과 공존이 희망적인 건 아닐까.
참 와닿는 것은, 이 영화가 현실적인 문제를 잘 짚었다는 사실이다. 크게는 두 가지다. 우선 '개에게 처음 이름을 지어준 날'이 동물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구한다는 것.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것은 풍족한 삶보다 주인의 애정과 관심, 이해라는 메시지에 깊은 공감이 간다. 또 다른 하나는 반려동물을 생각없이 구입하는 소비심리에 대한 지적이다. 특히 "법으로 규제해도 사려는 사람들이 있는 한, 악질적인 개공장 업자들은 줄지 않을 것"이라는 관계자들 말이 마음을 때린다.
반려동물과 인간의 아름다운 공존에 관한 이 영화는 궁극적인 생명의 가치에 대해서도 물음표를 던진다. 부디 말 못하는 동물들을 그저 돈벌이로 여기고, 쉽게 사고파는 병든 문화가 이제라도 사라졌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사진=(주)퍼스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