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요건 강화 앞두고 신청 봇물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부자들이 바빠졌다. 미국 투자이민 비자의 요건이 강화되기 전에 이를 획득하려는 이들이 부산을 떨고 있다.
미국 의회가 투자이민 비자를 신청하기 위한 최저 금액을 50만달러에서 135만달러로 대폭 높이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데 따른 것이다.
맨해튼 센트럴파트 주변의 고가 건물 <출처=블룸버그> |
투자 한도의 상향 조정 여부가 결정되는 4월28일까지 비자를 신청하려는 이들로 베이징을 포함한 중국 주요 도시의 대행사들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고 27일(현지시각) 블룸버그가 보도했다.
상황을 눈치 챈 미국 부동산 개발 업체들은 투자 자금 유치에 덩달아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인 자레드 쿠쉬너의 가족도 포함됐다.
뉴욕 맨해튼 5가에 위치한 상업용 빌딩의 높은 공실률과 이자 비용 상승에 고전하고 있는 쿠쉬너 가족은 중국 안방보험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동시에 투자이민 프로그램인 EB-5를 통해 개인 투자자의 자금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뉴욕의 허드슨 야드와 뉴저지의 트럼프 타워가 EB-5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 자금을 확보한 대표적인 프로젝트다.
중국 개인들의 환전 규모가 1년에 5만달러로 제한돼 있어 각종 편법이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얘기다.
베이징의 미국 비자 대행사인 캔-리치의 주디 가오 이사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투자이민 비자의 요건이 강화되기 전에 신청을 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야근이 일상”이라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상하이의 한 부동산 중개사 관계자는 “중국 당국의 환전 한도에 따른 투자 걸림돌을 피하기 위해 고객들에게 미국에 3~4개 계좌를 열거나 친구 명의로 여러 개의 계좌를 개설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자본 규제에도 EB-5 프로그램의 중국인 비중은 꾸준히 확대, 절대적인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15년 EB-5 프로그램을 통해 유입된 투자 규모는 약 44억달러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중국인의 투자 자금이 38억달러에 달했다.
일단 비자를 획득해 미국에 체류한 뒤 영주권을 받는 것이 중국 투자자들의 목적이며, 때문에 투자 수익률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중국 전역에 이민 관련 대행사는 약 900개에 이르며, 이들 중 대다수가 미국 EB-5 비자 발급에 집중하는 실정이다.
한편 EB-5 프로그램은 수 십 년 전 해외 투자 자금 유치를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실상 중국 고액 자산가들이 장악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반사이익을 주고 있다는 논쟁이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