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중국 정부에 선수단·관람객 200여명 신변안전 보호조치 요청"
[뉴스핌=이영태 기자]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로 양국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23일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한·중전 응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비해 중국 정부에 한국 선수단과 관람객 신변안전을 위한 필요조치를 요청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중국전을 하루 앞둔 22일 오후(현지시각) 중국 창사 허룽 스타디움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
2018년 개최 예정인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 한국과 중국 축구국가대표팀 간 경기는 이날 오후 8시30분 중국 후난성(湖南省) 창사(長沙) 허룽스타디움에서 벌어진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국민 약 200여 명이 경기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외교부로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중국 측에 우리국민 관람객의 신변안전을 위한 필요조치를 요청하였다"고 밝혔다.
조 대변인은 "외교부는 창사시 현지에 본부, 공관합동상황반을 설치하였고, 축구협회 응원단 교민대표 등이 포함된 현지 비상연락망을 가동 중에 있으며, 오늘 외교부 관련 부서는 비상근무를 할 예정으로 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중국 관계 당국은 한국 응원단 지정 관람석 배정 및 전용 출입구 설치, 행사 당일 경기장 내외 대규모 경찰력 배치(8000여 명) 등 안전 조치를 강구키로 했다"고 귀띔했다. 한중전이 열리는 허룽스타디움의 수용 인원은 4만명이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21일 대한축구협회 및 응원단 수송 여행사와 '실무안전간담회'를 열고 응원단의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한편, 안전 관련 조치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 사전 점검했다. 대한축구협회 등에 따르면 선수단 40여 명을 포함해 약 200명의 한국 국민이 경기장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A조에서 한국은 현재 승점 10점(3승1무1패)으로 이란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2무3패로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9일 중국 출국을 앞두고 "중국과의 상대전적이나 월드컵 최종예선 순위를 보면 자신감을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어느 정도 선까지 거친 플레이를 통제할지는 심판의 몫"이라고 우려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우리는 자신감을 가지고 중국으로 출발한다. 승점 3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잘 대비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한국과 중국은 1978년부터 2010년 1월까지 총 27회 국가대표 남자 축구경기를 벌였다. 한국은 16승11무를 기록하며 단 한 차례도 패배를 허용한 적이 없어 '공한증(恐韓症)'이란 말까지 나왔다. 1982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메르데카컵'에서 0대1 패배한 적이 있지만, 이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A매치 기준 강화로 공식 경기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최근 중국이 일명 '축구 굴기 프로젝트'를 필두로 자국 리그에 대규모 자본금을 투자하고 실력강화에 나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축구계의 분석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축구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고 2020년까지 축구선수 5000만명 육성, 2030년까지 아시아 축구 재패, 2050년까지 세계 재패를 다짐했다. 축구개혁영도소조는 올해에만 40억위안(약 6534억원)을 투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태 기자 (medialyt@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