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저축은행 인수후 사모 주식연계채권 발행 급증
계열 저축은행이 채권 매입토록 여신심사 관여 사례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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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지완 기자] 최근 수년간 증권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한 직후 투기등급 사모 CB·BW 발행을 급격히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가 저축은행의 여신심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에따라 관련부문에 대한 금융당국의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수년간 증권사와 저축은행의 합종연횡을 두고 증권사에선 주식매입자금 대출사업 등 '신용공여' 사업 확대를 주된 목적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저축은행을 인수하거나 두고 있는 중소형 증권사들의 상당수는 지점을 폐쇄하는 등 리테일 영업을 포기한 곳이 대부분이다. 결국 표면적 이유와는 달리 IB업무의 자금줄 역할을 위해 저축은행을 인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
◆ 증권사들, 저축은행 인수후 사모 주식연계채권 발행 급증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 7년간 증권사의 투기등급 사모 주식연계채권 발행동향 분석결과, 증권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한 직후부터 사모채권 발행물량이 급증했다. 계열저축은행의 경영이 악화되거나 영업정지를 당해 매각된 후에는 사모 주식연계채권 발행이 중단되는 모습도 확인됐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터졌을 때는 시장 자체가 급속히 줄어들기도 했다.<표참조>
키움증권은 저축은행 인수후 80억원 가량 관련채권을 발행했고 BNK투자증권 역시 2012년 1월 프라임저축은행과 파랑새저축은행을 인수한 뒤 이듬해 270억원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4년간 840억원의 투기등급 사모 주식연계채권 발행을 주관했다. 2015년말 기준 880억원의 자본금 규모를 감안하면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신한금융투자도 2012년 토마토저축은행 인수후 지속적인 관련채권에 대한 발행이 이어졌고, 유안타증권, KB증권, IBK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 등 대부분이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대신증권 역시 2011년 6월 중앙부산 등 저축은행 3개를 인수한 이듬해부터 투기등급 사모주식연계채권 발행이 크게 늘었다.
반대로 저축은행을 활용한 사모주식연계채권 발행을 해오던 증권사들의 경우 저축은행 매각 혹은 영업정지 이후로는 발행물량이 급감하거나 일제히 사라지기도 했다. 리딩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 증권사 직원, 저축은행 여신심사위원회 참여해 투자권유
증권사들은 대부분 저축은행 인수 목적으로 주식매입자금 대출사업 등 '신용공여' 사업 확대를 내세웠다. 하지만 중소형 증권사중 대부분은 저축은행을 인수한 뒤에도 소매영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저축은행 인수가 IB업무를 확대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증권사들은 자사가 발행한 사모 주식연계채권을 계열 저축은행으로 하여금 인수케 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이 채권 인수를 위한 여신심사 과정에 증권사가 적극 개입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형증권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이 저축은행의 여신심사위원회에 들어갈 수 없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문 앞에 ‘금융상품 제안설명회’라는 이름을 걸어두고 참석한 경우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 자리에선 실질적인 여신심사가 대부분 이뤄졌다”고 전해왔다.
그는 이어 “명백한 불법행위지만 먹고살기 위해 도리가 없다”면서 “한 오너 아래 있기 때문에 투자요청을 하면 여심심사위원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윤성원 내남농협 과장은 “증권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다”며 “해당 행위가 이뤄지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채권발행 기능이 없는 저축은행이 수신한 고객 예탁금을 증권사에서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사모발행에 수수료 수입이 2~3배...증권신고서 제출면제로 파악 힘들어
물론 중소형 증권사라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특정기업이 증권사를 통해 사모로 메자닌 발행을 시도할 경우 해당 증권사에선 투자자를 찾아 매칭을 시켜주면 된다”면서 “브랜드가 약한 증권사가 발행하는 투기등급 사모채권을 받아줄 투자자가 현실적으로 몇이나 되겠나.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어 꼼수를 부린 것”이라 지적했다.
금융투자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사모채를 발행할 경우 공모에 비해 수수료 수입이 2~3배 가량 더 올라간다”면서 “중소형 증권사는 자본 규모가 작다보니 증권사 PI로는 투자에 한계가 있고, 결국 관계사인 저축은행을 끌어들이는 구조같다”고 전했다. 이어 “증권신고서 제출이 면제되는 사모발행 특성상 주관, 인수 등의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용한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계상의 맹점도 이런 위험한 거래를 부추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증권사에 발행한 CB·BW에 투자하는 것과 중소기업에 대출해주는 것 모두 회계 장부에는 기타대출채권으로 잡힌다”면서 “사실상 저축은행 회계상에서 기업 매자닌 투자를 했는지 기업에게 대출을 해줬는지 구분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전홍균 금융감독원 저축은행검사국 수석조사역은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철저히 따져 투자를 결정해야 할 여신심사위원회가 압력에 의해 투자 결정을 하는 자체는 위법행위”라면서도 “개별 투자건에 대해 일일이 감독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한편, 지난 2012년 서울남부지검은 한양·골든브릿지·유진투자증권·동양증권 등 증권사 임직원들이 코스닥 상장기업들의 신주인수권발행(BW) 등 자금 조달 중개, 인수의 대가로 3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이들은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이 자금 조달을 위해선 증권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을 악용했다. 특히 한양증권의 한 이사는 제1 금융권의 추가 대출거부로 부도위기에 몰리자 저축은행 등 대출을 알선해 주고 3억원을 수수하기도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지완 기자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