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박지원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올해로 데뷔 21년차 배우 이세영(25)은 얼마 전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통해 ‘잘 자란 아역배우의 좋은 예’를 보여줬다.
1997년 MBC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이세영은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 ‘대장금’, 영화 ‘아홉살 인생’ ‘여선생vs여제자’ 등에서 아역 연기자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연기활동을 잠시 쉬었던 그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에서 일명 ‘아츄커플’로 러브라인을 그리며 어엿한 성인 연기자로 변신했다.
9개월간 진행된 드라마 촬영에 지쳤을 법도 하건만 아쉬움이 더 크다며 울상을 지었다. 극 중 현우(강태양 역)와의 커플 케미로 주목을 받은 이세영은 모든 공을 파트너 현우에게 돌렸다.
“오랫동안 붙어 있던 가족들과 스태프들을 못 만난다는 게 너무 아쉬워요. 이렇게 긴 호흡의 작품을 정말 오랜만에 했거든요. 그냥 마음 한구석이 공허해요. 실제로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감독님, 스태프들, 선배님들이 예뻐해 주셔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특히 현우 오빠가 리액션을 잘 받아줘서 제가 가진 것 이상으로 보여드리게 된 것 같아요.”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의 메인커플은 이동건-조윤희. 하지만 방송 초반부터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은 건 이세영과 현우였다. 실제로 ‘KBS 2016 연기대상’에서 다른 커플들을 제치고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 회에도 키스신이 여러 번 나올 정도로 스킨십 장면이 많았어요. 현우 오빠와 워낙에 친하기도 했지만, 여러 번 하다 보니 막판에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스스럼없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원래 저희가 ‘베스트 커플상’ 후보에 없었는데, 팬들이 요청해서 후보에 올려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상까지 받아서 너무 감사했어요.”
두 사람의 ‘찰떡 케미’ 덕분에 “사귀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받았다. 하지만 이세영은 “그럴 일은 절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저희가 사귀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아요. 저도 드라마를 볼 때면 감정이입을 해서 주인공들이 실제로 이어졌으면 할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그러지 못해서 죄송해요. 그래도 나중에 현우 오빠가 다른 여배우랑 커플상을 받으면 섭섭할 것 같아요. 다시 만난다면 그땐 제가 철벽을 치고 오빠가 저에게 애교를 부리는 캐릭터로 만나고 싶고요. 하하.”
이세영에게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의미 있는 작품이다. 아역 출신 배우라는 꼬리표를 자연스럽게 떼어준 것은 물론 지난 연말 ‘신인상’까지 안겨줬다.
“제가 후보에 오른 줄도 몰랐어죠. 지난 2005년에 KBS에서 ‘청소년 연기상’을 받았는데 11년 만에 다시 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소위 ‘잘 나가는’ 아역 배우였던 이세영은 중·고등학교 시절 연기 활동을 접었다. 그리고 학교생활에 집중했다. 연기활동과 공부를 병행하기 힘들기도 했지만, 그 때 아니면 배울 수 없는, 누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이다.
“영화 ‘여선생vs여제자’를 찍은 게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당시 활동을 하면서 성적이 떨어지니까 자존심이 상하더라고요. 그래서 학업에 몰두하다 대학교 가서 다시 연기를 시작했다. 성인이 돼서 연기를 하려니까 공백이 길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은 했어요. 하지만 학교 생활도 중요했어요. 좋은 친구들과 재밌게 보내고 멋진 추억을 쌓아서 아쉬움은 전혀 없어요.”
성신여자대학교 미디어영상연기학부 11학번인 이세영은 대학생활도 알차게 했다. 새내기처럼 수업을 빡빡하게 듣고, 촬영 때문에 놓친 부분은 교수님을 직접 찾아가 질문도 했다. 동기들과도 지금까지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
“수업은 다 들었어요. 토익 점수만 내면 졸업하는데, 쉽지 않네요. 수업은 정말 열심히 들었어요. 연기과 학생들은 나태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그런 이미지를 깨고 싶었어요. 공승연, 구하라 언니가 제 동기예요. 저희 단체 채팅방이 있는데 지금도 활발하게 얘기하고 종종 만나요. 서로 바쁜 가운데서도 가깝게 지내고 있어요.”
책 보고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이세영의 꿈은 ‘연기학과 교수’. 연기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고, 배운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서다.
“한때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대학원에 바로 진학해 ‘최연소 연기과 전임교수’가 되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죠. 지금도 토익 때문에 졸업을 못하고 있는데, 최연소 교수는 머리 좋은 사람들이나 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꼭 대학원에 진학해서 연기학과 교수가 될래요.”
일찍 데뷔했지만 못해 본 역할이 참 많다. 이세영이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은 ‘악역’. 액션 연기에도 욕심이 있다.
“단순한 캐릭터보다는 악역처럼 입체적인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저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요. 또 평소 쉬는 날이면 만화방에 가서 무협소설을 잔뜩 빌려와요. 소설 ‘묵향’을 읽으면서, ‘다크’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액션 연기는 꼭 할 거예요.”
이세영은 대중들에게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제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 기회를 만들어준 작품이에요. 20대 중반이지만 아직 내세울만한 작품이 없었는데, 이번 드라마로 큰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고는 생각지 않아요. 앞으로 ‘일희일비’ 하지 않려고요. 중심을 잘 잡고 기본기를 계속 다져나갈게요.”
이세영이 출연한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지난달 26일 마지막회 시청률 35.8%를 기록하며 종영했다.
[뉴스핌 Newspim] 박지원 기자 (pjw@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